항소심 법원 "상급자 지시 가능성 배제 못해"
검찰총장이던 윤 전 대통령 개입 가능성 언급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이 최종 무죄를 받아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건이 마무리 됐다고 단정 짓긴 이르다. 법원이 사건 발생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법원 “고발사주, 상급자 지시 가능성”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4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인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후보와 텔레그램 메신저로 주고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게 기소의 핵심 골자다.
이듬해 9월 한 언론의 보도로 사건이 알려졌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했다.
1·2심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1월 1심 법원은 손 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공무상비밀누설 등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 법원은 지난해 12월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 법원은 다만 ‘상급자’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급자 지시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합리성 있는 의심”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윤석열 피고발 사건 수사 착수
재판부가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고발장이 전달된 것으로 지목된 시기 검찰총장은 윤 전 대통령이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비유되는 직속기구로, 검찰총장에게 수사정보를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부서였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 사이에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다는 점도 제3자 개입 가능성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웅은 사법연수원 동기 외에 특별한 친분이 없고, 이 사건 전후로 직·간접적인 연락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김웅이 검찰을 사직하자마자 국회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가운데 시간을 할애해 피고인과 소통하며 피고인의 부탁을 받고 그 취지를 조성은(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동기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웅이 연수원 기수가 높거나 상사, 또는 선거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받고 이에 따라 조성은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 제출 등(에 대해) 김웅과 긴밀한 연락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는 최근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고발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수처는 지난달 14일, 제보자 조성은씨가 윤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김웅 전 의원, 전직 대검찰청 간부 8명 등을 직권남용, 위증,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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