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사는 아델리펭귄은 먹잇감을 얻기 힘들어지면 새끼의 먹이부터 사냥하고, 자신의 배를 채우는 건 후순위로 미뤄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극지연구소는 남극의 아델리펭귄이 주변 환경이 불리해지자 영양공급을 자주 받아야 하는 새끼들에게 주는 먹이는 가까운 곳에서 구하고, 자기는 멀리까지 나가서 먹이를 섭취하는 식으로 사냥장소를 이원화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아델리펭귄은 먹이가 비교적 풍부하고 사냥하기 유리할 때는 거의 같은 장소에서 먹이를 구했으나 환경이 바뀌면 새끼부터 챙겼다.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아델리펭귄 약 4만 쌍이 서식하는 남극 로스해 케이프할렛에서 2021∼2022년과 2022∼2023년 두 하계 시즌에 아델리펭귄 47마리에 위치 추적-잠수기록계를 부착했다. 이후 이들의 이동 경로와 먹이사냥을 추적했다.
번식지 주변 해양환경 때문에 아델리펭귄은 2021∼22년 시즌에 먹이 구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22년에는 사냥터로 접근하는 걸 방해하는 얼음 면적이 2022∼23년보다 10% 이상 넓었다. 해양의 생물 생산력도 2022∼23년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환경이 열악해지자 아델리펭귄은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이 펭귄은 새끼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얼어붙은 바다에 뚫린 구멍 등을 이용해 평균 약 7㎞를 이동했다. 반면 자기 먹이는 평균 약 45㎞의 장거리 사냥에서 구했다. 먹잇감이 충분했던 2022∼23년에는 사냥터를 나누지 않았다.

연구팀은 아델리펭귄이 먹이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을 채택했다고 해석했다.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은 바닷새 등에서 번식기에 나타나는 먹이사냥 전략으로, 새끼 먹이는 가까운 사냥터에서, 부모 먹이는 먼 사냥터에서 확보하기 위해 두 유형의 이동을 번갈아 수행하는 전략이다.
남극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에는 백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와 물범, 바닷새, 크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생태계 변화를 감시하고 국제사회에 보고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개발사업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의 하나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1월 마린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펭귄은 남극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남극 펭귄의 생존이 위협받으면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생태와 적응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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