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뒤 이틀 만에 또 찍다 검거
北만 간첩죄 적용 한계 드러내
경기 평택시의 오산 공군기지(K-55) 부근에서 전투기를 촬영하던 중국인들이 경찰에 잇따라 적발됐으나 두 차례나 풀려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수사당국은 이들에게 전쟁 중인 ‘적국’에 적용 가능한 간첩죄 혐의를 찾을 수 없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를 검토했으나 공중에 있는 항공기 촬영 역시 현행법으론 처벌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24일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쯤 오산 공군기지 일대에서 전투기 사진을 찍던 A씨 등 2명이 미군의 신고로 검거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1일 같은 장소에서 무단으로 전투기 사진을 찍다가 붙잡혀 8시간 만에 풀려난 중국인들과 동일인이었다. 당시 경찰과 정보기관은 합동조사에서 ‘대공 혐의점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A씨 등은 이번에도 2시간 만에 풀려났다. “법 위반인지 몰랐다”는 해명과 함께 촬영한 사진 속에 군 시설물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이들이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정보 수집 목적으로 사진을 찍었더라도 사형 선고까지 가능한 간첩죄 적용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쟁을 치르다 휴전 중인 북한만이 유일한 간첩죄 적용 대상인 탓이다.
올해 1월에도 중국 당국에 포섭돼 군사기밀을 유출한 전 군무원 B씨는 군사법원에서 간첩죄가 아닌 뇌물 혐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만 인정받았다.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은 계엄·탄핵사태로 동력을 잃었으나 최근 대선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반간첩법 시행 이후 일본인 10명에게 징역 3∼15년형을 선고하는 등 한국과 달리 매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1일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주둔한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DSLR 카메라 등으로 전투기를 무단 촬영한 10대 중국인 2명에 대해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4곳의 군사기지와 3곳의 국제공항에서 군 시설물을 포함한 수천장의 사진을 찍은 데다 범행 당시 무전기까지 소지해 군 무선도청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중 1명은 부친이 공안이라고 진술해 정식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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