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실력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라” 지적
잘 쓰는 게 능력…어떻게 활용하느냐 중요
“챗GPT 도출한 결과, 본인이 발전시켜야”
IT회사 입사 6개월 차 직장인 김모(27)씨는 최근 상사로부터 ‘챗GPT 금지령’을 받았다. 그가 상사에게 제출한 트렌드 관련 기획안이 화근이었다. ‘이 내용은 왜 이렇게 넣었어?’, ‘이다음 내용이 왜 이게 나왔지’라며 묻는 상사의 질문에 김씨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챗GPT를 이용해 기획안을 만들었다고 상사에게 실토했다.

김씨는 “상사가 아직 제 연차 때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시기라며 앞으로 일 할 때 챗GPT를 쓰지 말라고 했다”며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챗GPT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건 과도한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콘텐츠 제작 회사에 다니는 강모(40)씨도 최근 후배들에게 지나친 챗GPT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는 “챗GPT만으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며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보완할 때는 괜찮지만, 처음부터 너무 챗GPT에 의존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리멤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사례가 올라와 많은 직장인의 관심을 끌었다.

작성자는 법령이나 가이드, 뉴스, 개념 분석과 영어문서 교정, 보고서 작성 등 업무 전반에 챗GPT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작성자는 “특정 직원분으로부터 ‘요즘 직원들은 고생을 안 하려고 한다’,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한다’라는 식의 핀잔을 듣다가 회식 때는 대놓고 ‘당신은 업무를 날로 먹으려고 하잖아. 그거 다 네 실력 아니잖아’라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직장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해당 상사의 행태를 비판했다. 다만 “챗GPT도 틀리는 경우가 있다. 너무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포함해야 한다”, “요즘 챗GPT를 토씨 하나 안 고치고 베껴서 보고자료로 가져오는 직원들이 있다”며 챗GPT의 적절한 사용을 주장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최근 커리어 플랫폼 잡플래닛이 직장인 7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챗GPT 활용 경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가 회사에서 챗GPT를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1.1%는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업무 능력의 일부’라고 응답했다.

다만 모든 직장에서 챗GPT 활용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챗GPT 사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93.7%가 ‘업무에 사용해도 된다’고 답했는데, 이 중 17.3%는 여전히 ‘눈치를 보며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챗GPT 활용은 교육 현장에서도 논쟁거리가 된 지 오래다. 어린아이부터 대학생까지 문제 풀이를 묻는 것은 물론 챗GPT로 필기와 리포트·PPT를 만드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최근 대학생들의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챗GPT로 온라인 강의에서 100점 맞는 비법을 공유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의 영상 속 PPT를 캡처해 챗GPT에게 보여주면 된다’, ‘핵심만 A4 1장 분량으로 요약해달라 해 내면 100점’이라는 내용이 제시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이제는 학생들의 챗GPT 같은 생성형 AI 활용을 막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면서도 “다행히 아직까진 AI가 그대로 만들어준 결과물이 대부분이 깊이가 없어 변별력이 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챗GPT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주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챗GPT로 만든 값을 활용해 더 나은 결과물을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켜내느냐를 그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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