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 자존감 업·소소한 행복… ‘금융치료 효능’도 실감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입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치료 중이던 증상이 악화되어 내원하는 사례가 한동안 꽤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 전자 주식이 급등해서 기분 좋아요”라며 밝게 웃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정신과 약보다 금융치료가 효과적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한때 나도 주식 투자를 했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잠시 이야기하자면,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쯤인데, 그때는 닷컴 버블이 한창이었고 주식시장에도 광풍이 불었다. 그 당시 나는 정신과 전공의 4년 차였다. 같은 과 동기 중 두 명이 주식 투자에 열정적이었다. 나는 그 두 사람을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무렵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수련받던 어느 정신과 전공의가 주식으로 대박을 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은 나도 계좌를 만들어 온라인 매매라는 것을 시작했다.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서 거래 금액은 적었고, 과감하게 투자할 만한 배짱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찔끔찔끔 투자해서 언제 큰돈 벌어!’라는 충동이 일었고, 주식 공부를 많이 하고 있던 동기에게 종목 하나를 추천받아 거기에 두 달 치 월급을 몰아넣었다. 얼마 안 가 그 주식의 가격이 급등했고 ‘와, 나도 돈을 좀 벌겠구나!’ 하고 기뻐했다.
그 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고, 군의관 임관을 위해 3개월 동안 경북 영천의 삼사관학교와 대전 군의학교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 기간 내가 산 주식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첫 발령지로 가서야 그동안 묵혀놨던 주식을 들여다봤더니 ‘상장 폐지’ 종목이 되어 있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주식은 안 하고 있다. “절대”라고는 말 못 해도 앞으로도 직접 투자를 할 계획은 없다.
지금은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 몇몇이 떠오른다. 예전에 나는 그들에게 “투자를 하다 보면 기분 변동성이 커지고 우울증이 악화돼요. 주식은 그만하세요. 모니터를 들여다볼 시간에 야외에 나가서 몸을 움직이세요”라고 조언했다. 이 말이 듣기 싫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병원에 오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가 오천을 넘긴 지금, 그 환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지수가 역대 최고를 돌파했다!”는 신문 기사가 인터넷에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우울증 환자가 주식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조언하실 건가요?”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그래도 “안 하는 게 좋겠다”이다. 주식하지 말라고 말렸던 과거의 내 환자가 “선생님 조언 들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 자동차 주식으로 큰돈 벌었어요!”라고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치료의 일차적인 우선순위는 언제나 정신건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도 요즘은 가끔 흔들리고 있다. 일개 정신과 의사에 불과한 내가 타인의 금융 자산 관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있는가? 당연히 없다. 정신건강도 돈이 있어야 지킬 수 있는 것 아닌가? 맞다. 부자일수록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건 통계 자료가 실증한다. 주식 투자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어떤 청년은 “직장에서는 인정 못 받았는데, 퇴사하고 주식으로 연봉의 몇 배 수익을 올렸더니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으로 자기 효능감을 얻었다. “그냥 놀고 있으면 뭐 해요. 틈틈이 주식하고, 그걸로 손주들 용돈 주는 게 행복이죠”라고 말하는 장년에게 주식은 인생의 낙이었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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