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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칼럼] 한국형 ‘루시법’ 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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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30 22:51:28 수정 : 2025-11-30 2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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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펫숍 통한 반려동물 구입
품종 선호로 잔혹한 유통 만들어
동물 판매 금지하고 입양 활성화
생명 존중의 문화 새롭게 그려야

2주간 도심을 떠돌다 구조된 개, 라우가 있다. 허스키 계열의 큰 몸집을 한 라우는 차량 사이로 위태롭게 오가며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경기 화성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고, 다행히 화성시 보호소를 거쳐 한 유기견 입양 카페에 인도되었다. 강남 방향에서 걸어온 것으로 추정된 라우는 병원 진단 결과, 심각한 빈혈에 코로나 감염까지 겹쳐 있었다. 지금은 구조된 입양 카페에서 보호받으며,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라우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해마다 수많은 동물이 버려지고,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져도 상당수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동물보호센터로 들어온 유실·유기 동물은 10만7000마리에 달했다. 이 가운데 18%는 안락사, 27%는 보호 중 폐사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 전체의 30%에 이르는 현실을 감하면 더욱 안타까운 수치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문제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입양을 결심한다는 점이다. 펫숍 유리창 속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 순간, 충동이 이성을 앞질러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저분하고 상처 난 유기견을 마주할 때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펫숍은 강아지의 수명이 15년이 넘고, 주기적인 산책이 필요하며, 병원비도 적지 않게 든다는 사실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는다. 그저 빠르게 ‘상품’을 파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실제 반려동물 입양의 상당수가 펫숍을 통해 이뤄지며, 그중 대부분은 생후 2∼3개월에 불과한 어린 개체들이다. 예쁜 아기 시절부터 돌보고 싶다는 마음, 보다 안전하게 자란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기된 동물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돌리고, 그중 한 아이를 품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더 큰 문제는 펫숍의 화려한 외관 뒤에 가려진 잔인한 유통 구조다. 전국 약 2200곳의 번식장에서 23만마리 안팎의 개가 사육되고 있지만, 좁은 철창에 갇혀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채 생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어미견들은 반복적인 출산을 강요받는다. 수십 마리의 새끼를 낳고 기력이 쇠해지면 비참하게 버려진다. 이렇게 대량 번식된 개들은 경매장을 거쳐 전국의 펫숍으로 흘러들고, 그 과정에서 생후 2개월도 안 된 강아지·고양이가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경우도 생겨난다.

여기에 품종견을 선호하는 왜곡된 인식도 한몫한다. 품종이 섞인 믹스견보다, 섞이지 않은 어린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이 더 체면이 서는 일처럼 여겨졌다. 자연히 어린 품종견을 판매하는 펫숍이 성행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이미 펫숍을 통한 동물 판매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2020년 영국에서 시행된 ‘루시법’은 반복 번식으로 고통받았던 강아지 루시의 사례를 계기로 제정됐다. 이어 2024년에는 프랑스가 펫숍을 통한 반려견·반려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처를 했다. 우리는 어떤가.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고 자부하지만, 동물 학대를 낳는 유통 구조는 외면한 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한국형 루시법’을 발의했다. 경매 방식과 투기 목적의 거래를 금지하고, 판매 가능 월령을 2개월에서 6개월로 높여 조기 분리와 대량 번식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자연스럽게 펫숍의 숫자는 줄고, 동물을 사고파는 문화 대신 유기견 센터를 통한 입양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듯 반려동물의 생명도, 나아가 모든 동물의 생명도 소중하다. 최근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그것이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이제 우리의 자화상을 새롭게 그려야 할 때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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