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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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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8 23:00:06 수정 : 2025-07-08 23:00:05
조남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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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은 국내외 논란을 불렀다. 노벨 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비전 제시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취임 8개월이 갓 지난 대통령으로서 무슨 업적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3명의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러일전쟁 중재(시어도어 루스벨트)나 국제연맹 창설(우드로 윌슨), 퇴임 후 인도주의적 활동(지미 카터) 같은 성과로 수상한 사례와도 비교됐다. 당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 논란을 부채질했다.

오바마는 자신을 낮추는 방식으로 노벨상 수상에 따른 공세를 누그러뜨렸다. 그는 “이 상을 나의 업적에 대한 인정으로 보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행동 촉구로 받아들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종종 노벨상 수상을 유머 소재로 삼기도 했다. 퇴임 이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진행자가 노벨상 수상 이력을 소개하자 “왜 받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고 농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을 깎아내렸다. 그는 집권 1기 때인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간의 외교 정상화를 이끈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내 이름이 오바마였다면 10초 만에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인도·파키스탄, 세르비아·코소보, 이집트·에티오피아, 이란·이스라엘 갈등을 중재했다면서 “나는 노벨평화상을 4, 5번은 받아야 했다”고 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제 미국 백악관에서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 보낸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서한을 트럼프에게 전달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나라, 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평화를 구축하고 있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 승인 결정과 관련해 감사 선물을 준비한 셈이다.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지도 궁금하지만, 우리로선 집권 1기 때 무산된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핵 담판’에 노벨평화상 변수가 개입돼 북핵이 공인되는 악몽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조남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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