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지상 표적을 공중에서 타격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는 전 세계 어디서든 공중이나 지상 기지 전방 배치가 가능하다. 적 방공망으로부터 안전한 공역에서 미사일을 쏘고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다. 그만큼 작전적 유연성이 높다.

이 같은 특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우크라이나군이 영국과 프랑스가 제공한 스톰 섀도·스칼프 공대지미사일로 러시아군의 보급로와 주요 시설을 타격하면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가치가 중시되는 모양새다.
세계 각국에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새롭게 도입하거나 기존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확산하는 미사일 개발 추세
최근 개발·도입이 추진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레이더 반사 면적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레이더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사일이 비행 도중 탐지될 위험이 커졌고, 이를 회피하고자 미국산 재즘(JASSM)처럼 스텔스 설계가 적용되는 미사일이 등장하고 있다.
후방 지역에서도 적 내륙을 타격할 수 있도록 비행거리를 늘리는 추세다. 과거에는 200~500㎞의 비행거리를 지녔지만, 이제는 2000㎞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위성항법체계(GPS)·관성항법체계(INS)·영상/적외선 유도장치를 종합한 복합유도체계를 장착해 명중률을 높이고 이동표적 타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군용기에서 운용이 가능한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과거에는 전략폭격기나 쌍발 전투기에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했지만, 이젠 F-16이나 그리펜 E/F 같은 소형 단발전투기도 사거리가 수백㎞에 달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관련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군비 증강에 돌입한 유럽은 신무기 도입과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독일은 기존 타우러스(TAURUS) 미사일보다 성능이 향상된 타우러스 네오(NEO) 미사일 개발을 결정했다.
한국 공군도 도입한 타우러스 미사일은 최대 500㎞ 떨어진 지상 표적을 타격한다. 6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영국·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톰 섀도·스칼프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어서 우크라이나 측이 독일에 지원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타우러스를 지원하면 가혹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 공군은 타우러스 미사일 600발을 보유하고 있으나 절반가량은 실전 투입이 어렵고, 나머지 물량도 시험발사와 훈련 등으로 재고가 감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탄두의 파괴력을 높이고, 엔진을 교체해 추력·연비·비행거리를 늘리며,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낮추는 기술을 적용한 타우러스 네오 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은 AGM-181A 핵탑재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운용 중인 AGM-86B을 대체할 AGM-181A는 수년 전부터 시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의 재즘(JASSM)과 유사한 외형을 지니고 있으며, 전자전 상황에서도 표적까지 항로를 유지하면서 비행하는 능력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가 만든 합동타격미사일(JSM)은 NSM 대함미사일을 공대지미사일로 바꾼 것으로서 최대 500여㎞를 날아간다. F-35A 스텔스 전투기의 내부무장창에 탑재할 수 있는 유일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다. 일본과 호주 등이 도입을 결정했다.
튀르키예는 자국산 솜(SOM) 미사일의 엔진을 국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핵심 장비인 엔진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면, 수출에 제약이 발생한다. 튀르키예는 국산화율을 높여서 해외 시장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상에서 쏘는 CJ-100 장거리미사일의 폭격기 탑재용 버전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미국산 재즘(JASSM)을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개발 중…성능 향상 필요
한국도 KF-21 전투기에 탑재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을 2018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터보팬 엔진을 탑재, 500㎞ 이상 떨어진 적 진지나 함정을 정밀 타격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외형은 미국산 재즘(JASSM)처럼 스텔스 설계를 적용했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정밀한 유도가 가능하도록 항법 및 유도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발사 직후 비행경로나 표적을 재지정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데이터링크 기능도 추가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3일 경남 사천시 소재 공군 제3훈련전투비행단에서 시험용 항공기인 FA-50 시제기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안전분리 비행시험을 진행했다.
이번 시험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31소티를 통해 조종 안전성, 하중, 항공전자, 환경시험 등을 실시한 후 진행됐다.
안전분리 비행시험은 항공기에서 미사일이 안전하게 분리돼 항공기 구조물 또는 외부 장착물과의 간섭이 없고, 미사일 분리 시 항공기 특성이 성능을 저해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발사될 때, 미사일은 기체에서 분리된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 기체와 부딪히거나 항공역학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조종사 안전이 위태로워진다.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철저하게 시험을 해야 한다.
항공기를 미사일에서 분리하는 것, 분리된 미사일이 엔진을 점화하는 것, 순조롭게 엔진을 가동한 미사일이 표적까지 날아가는 것을 단계별로 점검해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 기술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같은 시험은 FA-50 시제기로 진행한다. FA-50에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체계통합해 하늘에서 실제로 관련 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 FA-50이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FA-50에서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운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FA-50 시제기를 이용해 기술 비행시험, 개발시험평가와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잠정 전투용 적합성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그동안 KF-21 시제기에서는 지상시험을 진행하고, 2027년부터 KF-21 시제기에 탑재해 후속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초장거리 비행능력과 더불어 콘크리트로 만든 벙커를 부술 수 있는 강력한 관통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북한도 이란처럼 내륙 곳곳에 지하 시설을 만들었다. 지상에 있는 시설도 상당한 수준의 방호력을 갖춘 곳이 있다.
현재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관통력은 타우러스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시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접근 속도나 각도 등에 따라 미사일이 튕겨 나갈 위험이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큰 전과를 기록했지만, 이란이 지하 깊숙한 곳에 만든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란처럼 핵·미사일과 재래식 무기·지휘시설을 지하에 보관하는 북한을 상대로 전략적 타격력을 발휘하려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도 타우러스와 유사한 수준의 관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이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기존보다 사거리가 늘어나고, 정확도 등이 향상될 가능성이 큰 것도 변수다. 미국산 재즘(JASSM)도 사거리가 대폭 연장된 재즘이알(JASSM-ER)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미사일의 성능을 더욱 강화해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따라서 관통력과 정확도, 비행거리를 높이는 등의 성능 강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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