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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특수활동비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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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3 23:00:29 수정 : 2025-07-03 23: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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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 운용 계획 집행지침’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 수행 활동’에 사용토록 명시하고 있다. 특활비는 일반적인 업무추진비와 달리 영수증을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집행내역이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관련인의 신변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공개할 수 있어 ‘검은 예산’, ‘깜깜이 돈’으로 불린다. 고위 권력자들의 ‘쌈짓돈’으로 쓰일 소지가 다분한 이유다.

국민 세금을 증빙 서류도 없이 쓸 수 있다 보니 논란이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는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퇴임 후 대통령에게 주려고 했다”며 대통령 특활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활비 6억원과 1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문재인정부 또한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 구입 등에 특활비가 쓰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9년과 2011년 검찰총장의 돈봉투 지급, 2017년 법무부·검찰 간부 돈봉투 만찬도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윤석열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대통령실 특활비 82억원과 검찰 특활비 58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특활비 사용 내역을 소명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당시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도 않고, 검찰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던 민주당이 이번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대통령실 특활비를 증액 책정해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삭감했던 검찰과 감사원의 특활비를 추경안에 반영시켰다. 정권을 잡으니까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특활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집권 전후 말을 정반대로 바꾸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특활비를 없애지 못할 거라면 정교한 검증·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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