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방어 ‘아이언돔’도 무력화
北도 대남 압박 수위 높일 듯
독자 방어역량 구축·국제 협력을
하늘이 뚫리면 국방도 무너진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에서 미사일과 드론이 대량으로 동원되는 ‘섞어 쏘기(mixed attack)’ 공격 방식이 핵심 위협으로 부상했다.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자폭드론 등을 조합한 수백 발이 날아들자 철벽방어를 자랑하는 ‘아이언돔’조차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했다.
한반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은 방사포와 자주포 6000여 문, 탄도미사일 1000여 발, 순항미사일과 드론 수백 기를 보유 중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러시아의 도움으로 자폭드론도 대량생산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섞어 쏘기를 배운 북한은 전시에 수천 기 이상을 동시에 한국으로 날리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은 중고도(12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공군 주도로 구축해 왔다. KAMD는 미국산 패트리엇 PAC-2/3, 국산 천궁-II, L-SAM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전국에 미사일방어 포대 30여 개에 각각 요격미사일 32~128발을 배치하여 전체 약 2000발 수준의 요격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북한이 발사할 미사일과 포탄의 총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한편 저고도에서 방사포 및 자폭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준비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벤치마킹한 국산 LAMD(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육군 주도로 내년 개발 완료 후 2030년부터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천마, 신궁, 비호복합, CIWS(근접방어무기)-II, ‘천광’ 레이저 등과 결합하여 촘촘한 방공망을 만들 예정이지만 아직 실전 배치 전이다. 게다가 개발 난도가 높고 가성비가 낮다는 우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KAMD와 LAMD가 각각 구축되고 있어 두 체계 간 통합이 어렵다는 점이다. KAMD는 공군 C4I 체계(AFCCS)를, LAMD는 육군 ATCIS(전술지휘정보체계)를 사용한다. 즉 실시간 정보 공유가 어렵고 합동참모본부의 KJCCS(합참지휘통제체계)를 거쳐야만 연계가 가능하다. 특히 북한의 섞어 쏘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백~수천 개의 비행체에 대해 실시간 탐지와 추적, 요격 우선순위 결정이 가능하게 하려면 AI 기반의 차세대 통합지휘통신체계(JADC2)가 필요하다.
요격 포대의 수량도 현재 30개 수준에서 최소 40개로 증강되어야 한다. 최근 주한미군이 중동 분쟁에 대비해 패트리엇 포대 일부를 철수시켰으므로 우리 스스로 방어 공백을 메워야 한다. L-SAM-II, 천궁-III 등 후속 요격무기를 꾸준히 개발하고 배치하여 초고고도 요격까지 가능한 독자적 방어역량을 갖춰야 한다.
요격무기만 갖췄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기습공격은 언제든 가능하기에 광역 실시간 탐지 및 추적 능력, AI 기반 분석 및 판단 능력, 지휘통제·요격체계의 전자동 연계까지 종합적인 다층방공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 체계 구축뿐 아니라 한·미·일 간 연합 방공훈련, 실시간 경보정보 공유, 무기체계 공동개발 등 국제군사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2023년 12월부터 가동된 한·미·일 미사일 실시간 경보정보 공유체계는 첫걸음이지만 향후 사전 탐지 및 정찰 정보까지 확대하여 협력을 실질화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은 인태 지역의 민주국가들과 함께 ‘인태 미사일방어 구상’을 추진하고 연합연습과 기술협력 확대를 통해 ‘아시아판 NATO’로 불리는 집단안보체제 형성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 NATO가 러시아의 탄도탄 위협에 맞서 각국의 방공망을 통합했듯이, 한국도 점증하는 북한 및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차원의 협력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조만간 ‘섞어 쏘기’ 역량을 과시하면서 우리를 압박할 것이다. 단편적인 무기체계 도입이나 군종 간 분리된 운용으로는 부족하다. 탐지·지휘·요격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통합 지능형 다층방공체계와 국제협력으로 대응에 나설 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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