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공식 정부로 인정했다. 이는 미군이 2021년 아프간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처음이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는 탈레반 측 주러 아프간 대사가 제출한 신임장을 받았다면서 “생산적인 양국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번 발표는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탈레반 외무장관과 드미트리 지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회담한 후 나왔다. 무타키 장관은 엑스(X)에 게시된 회담 영상에서 “이 용감한 결정은 다른 국가들에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그 누구보다 앞서 나섰다”고 말했다.
아프간 외교부 대변인 지아 아흐마드 타칼은 AFP에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탈레반이 정한 자국 국호)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첫 번째 국가”라며 이번 조치가 “건설적인 교류의 새로운 단계”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여성에 대한 탄압 등으로 아직 국제 무대에서는 소외당하는 처지다. AP통신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여성이 대부분의 직업에서 배제되고 공원과 체육관 등 공공장소 접근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청소년들은 6학년 이후로는 교육이 금지된다고 알려졌다.
아프간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결정을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마리암 솔라이만킬 전 아프간 국회의원은 “이 조치는 여아 교육을 금지하고, 공개 태형을 시행하며, 유엔 제재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주는 정권을 정당화하는 행위”라며 “전략적 이해관계가 인권과 국제법보다 항상 우선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력 비판했다.
AP는 탈레반은 2021년 미군이 철수를 선언하자 약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장악했지만 지난 4년간 국제 사회는 탈레반을 아프간 정권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아 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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