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정선희는 17년 전 큰 아픔을 겪었다. 정선희는 당시에도, 최근까지도 쉽게 입에 담기도 힘들었던 그 상처를 이제는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선희가 배우 故 안재환과의 사별 당시 심경을 전하며, 어린 조카의 사랑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6일 유튜브 채널 ‘집 나간 정선희’에는 ‘금촌댁네 사람들 찍던 파주에서 추억팔이 + 추억쌓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2일 처음 공개된 이 영상에는 정선희가 조카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조카는 “고모가 되게 자랑스러웠다. 초등학생 때 롤 모델을 정선희로 썼다. 애들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우리 고모야’라고 했었다”며 고모 정선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정선희는 “그때 내가 망했을 때다. 조카가 4, 5살 때가 피크였고, 나 사건 있을 때 얘가 5살이었다”며 “그때 내가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너무 충격받아서 사경을 헤맬 때였다”라고 남편 안재환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때를 언급했다.

정선희는 “조카가 나를 너무너무 사랑했다. 자기 엄마가 질투할 정도로 ‘고모바라기’였다. 그런 고모가 병원에 누워있으니까 적응이 안 되는데, 자기가 울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조카를 보고 눈물이 막 나는데 안 될 것 같아서 참았다. 근데 5살짜리가 나를 보면서 눈물을 꾹 참는 모습이 아직까지 잊히지가 않는다”고 조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내가 연예인으로서 전성기를 누릴 때는 조카가 아기였다. 조카가 한창 연예인에 관심 가질 때 난 이미 너무 추락을 하고 있었으니까, 존경의 대상으로 얘기해 주는 게 고마웠다. 굉장히 뿌듯했다”고 한때 자신을 살게 했던 조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정선희는 1992년 SBS 공채 1기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2007년 故 안재환과 결혼했지만, 이듬해 사별의 아픔을 겪었다. 고인은 사망 전 수십억 원의 사채 빚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선희는 충격으로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7개월 만에 SBS 라디오 ‘정선희의 러브FM’을 통해 DJ로 복귀했다. 당시 이른 복귀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정선희는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20년 2월10일 방송된 SBS플러스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 출연한 정선희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정선희는 “(안재환이) 떠난 지 12년 됐다. 그 모든 기억들이 지금도 잊히진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건 전 어떤 조짐은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은 정선희는 “있었다. 사적인 돈 문제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사귈 때부터 (돈을) 자주 빌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려주고 갚는 게 몇 차례 있었다”며 “그게 사실은 좀 불안했다. 근데 그러기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했다. 그리고 문제가 생겨도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돈도 아쉬운 소리 안 할 정도로 모아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 오만이고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사랑 앞에 두려울 것이 없었던 때를 회상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고 말한 정선희는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았다. 그 전날에도 돈 문제로 티격태격했기 때문이다”라고 故 안재환과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남편이 떠난 9월만 되면 몸이 아프다. 몸이 아플 때 남편이 꿈에 나왔는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너무 힘드니까”라며 “수술대에 올라 수술 도구를 바라보는 똑같은 꿈을 3년간 꾸며 가위에 눌렸다”고 남편을 떠나보낸 후 힘들게 보낸 시간을 고백했다.
정선희는 또 “가장 상처가 된 악플은 ‘무섭다’였다. 내가 웃고 얘기하는 게 무섭다는 거다. 나를 용의선상에 놓은 시선, 루머들이 있었다”며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에 약도 먹었고, 스스로를 해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정선희는 개그맨 김영철, 이성미 등 자신을 절망의 늪에서 건져 준 동료, 선배들이 있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좋은 사람들의 유쾌하고 따뜻한 위로가 정선희에게 큰 힘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정선희의 솔직한 고백에 대중들의 진심 어린 위로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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