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한학자 총재 오래전부터 제안
사무국 설치 성사 땐 남북통일 기여
대한민국 국제위상 제고 등 시너지 ↑
NGO 활동·정부 차원 공론화 노력
남북공동추진위 구성해 의지 표명도
유엔 제5사무국 유치 운동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추진돼왔다. 전 세계에 유엔사무국이 설치된 곳은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케냐의 나이로비 네 곳이다. 유독 아시아 지역만 유엔사무국 설치에서 소외됐다.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 대륙에 있는 유엔 회원국만 54개국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인구와 나라를 품고 있는 아시아는 세계의 어떤 지역 못지않게 유엔 차원의 거버넌스가 필요한 지역이다. 특히 전 세계 유일한 분단 지역인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장화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의 관여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11년째 이어져온 유엔 제5 사무국 유치 활동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한반도 DMZ에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하자는 제안은 10여년 전 시작됐다.
지난 2014년 10월31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제네바사무국(UNOG)에서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과 유엔 제5사무국’을 주제로 한 ‘유엔과 한반도 평화 국제회의’가 열렸다. 경기도와 세계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한 국제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유엔 제5사무국을 한반도 DMZ에 유치해야 할 필요성과 그 파급효과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대신해 기조연설에 나선 김희겸 경기도 부지사는 “동북아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DMZ에 유엔 제5사무국이 유치된다면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와 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창설된 유엔은 한반도의 긴장완화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홍 파주시장을 대신해 주제발표에 나선 박태수 파주시 부시장도 “유엔 제5사무국이 남북한의 중립지역에 설립되면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6·25전쟁의 산물인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철 박사(정치학)는 당시 국제회의에서 “지금은 유엔이 6·25전쟁의 결과물인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유엔 제5사무국은 한반도 DMZ 내에 유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박사는 “더욱이 북핵 문제 해결를 위한 획기적 전기를 모색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유엔 제5사무국이 DMZ에 들어선다면 북핵 문제를 외교적 방식으로 다루기 위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중현 한반도평화국제협력네트워크(INKPP) 회장은 “남북 화해·협력의 연결고리가 되는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남북한의 평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유엔 제5사무국 안에는 핵 확산 금지, 종교 간 평화, 해양자원 관리, 소수민족 간 갈등 해소, 가정의 가치 회복, 환경생태계 보호 등을 의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분과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브 니데게 스위스 연방 국회의원도 “아시아에만 유엔 사무국이 없다는 논리 자체는 맞는 말이고 동의한다”며 “한국 정부가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하려면 현재 유엔 기구들이 들어서있는 기득권 국가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특히 중국 등의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외 공론화 위해 정부 적극 나서야”
유엔 제5사무국 유치 제안은 전문가들 중심으로 공감대를 얻어나갔다.
지난 2014년 11월11일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열린 ‘2014 유엔과 한반도 평화 국제회의 보고 발표회’에서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추규호 한국외교협회부회장, 윤황 선문대 교수 등은 유엔 제5사무국 유치 당위성에 적극 공감하면서 선행 조건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국제사회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우리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근식 교수는 토론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해보인다”면서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과 맞물려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국 주재 한국 대사를 지낸 추규호 한국외교협회 부회장은 “남북관계부터 물꼬가 트여야한다”며 “결국 이 논의의 종착역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황 교수는 “6.25 전쟁에 참전한 유엔의 16개 회원국부터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지지할 수 있도록 끌어들이고 이후에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북한도 참여하는 사실상의 회의 기구를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역임했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유치 활동에 뜻을 함께 했다. 나 의원은 2015년 3월2일 세계일보와 워싱턴타임스가 공동 주최한 ‘제21회 미디어콘퍼런스(세계언론인회의)’ 오찬회의 연설에서 “ DMZ 내에 유엔 기구가 설치된다면 DMZ 내 생태환경 보존은 물론 평화공원 조성이 가능하고 한반도 평화정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도 유엔 제4사무국이 설치됐는데 아시아에만 유일하게 유엔사무국이 없다. 제5유엔사무국이 DMZ에 설치되면 DMZ가 분단과 전쟁, 위험의 상징에서 새로운 평화의 상징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주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 UPF)을 창설한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일찍이 한반도 DMZ 일대를 유엔기구와 평화공원을 담은 유엔 관리하의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한학자 총재는 유엔 창설 70주년인 2015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유엔 제3사무국에서 “새로운 유엔 미래 70년을 위해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DMZ 평화공원 및 유엔 제5사무국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엔 제5사무국 유치운동은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천주평화연합 등의 NGO 활동을 통해 100만 서명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대한민국 국익 차원에서 추구해온 유엔 제5사무국 유치 운동은 민간 NGO와 DMZ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관심과 역할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고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유엔이 보증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외에서의 공론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공동 노력 방안을 추진해 남북한 공동외교로 유엔 제5사무국 한반도 유치에 나선다면 한반도 DMZ가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금단의 땅이 아니라, 평화를 잉태하는 생명의 땅으로 거듭나는 일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