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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욕설은 예사… 교권 침해에 보험까지 가입한다 [무너진 교단·괴로운 교사들]

입력 : 2019-05-13 23:00:00 수정 : 2019-05-13 2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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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결정 마음에 안 든다고 소송 / 퇴근 후에도 학부모 민원 전화 공세 / 학생 지도를 학대 몰아 온라인 비방 / 교사 87% “사기 저하”… 10년새 32%P↑ / 65% “교권 잘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 명퇴 신청자 올해 초에만 6019명 달해

#1. 전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불거진 학부모와의 민사 소송에 휘말려 있다. 자신의 아이가 집단따돌림과 폭력을 당했는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가해 학생은 물론 A교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 A교사는 2015년부터 시작된 소송에 휘말려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

 

#2. 지난해 12월 중학교 교사 B씨는 참담한 일을 겪었다. 수업 중 학생이 자리를 마음대로 바꿔 앉은 것을 지적하자마자 그 학생은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욕설을 퍼부었다. 앞서 지난해 8월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친구와 싸우다 분을 못 이겨 소란을 피우는 것을 말리던 담임교사 C씨가 다쳤다. C교사가 더 힘겨웠던 것은 선생님을 향한 학생의 모멸적인 말이었다.(교권침해피해 담보 보험금 지급사례를 통한 사건 재구성)

 

“스승의 길은 힘들고 어렵지만 선생님이 계시기에 우리 교육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는 교사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감사 편지를 13일 보냈다. 유 부총리가 말한 ‘스승의 길’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걸까.

 

이제 스승은 더는 그림자도 밟아선 안 되는 ‘존엄’이 아니다. 퇴근 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려오는 휴대전화에 시달려야 하고, 학교폭력이라도 생기면 피해·가해자 양측으로부터 죄인으로 몰리기 일쑤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학대로 몰아 허위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하기도 하고, 학폭위의 처분에 불만을 품고 교사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수년간 과도한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적잖다. 교직원 안심보장보험이 상종가를 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푸른 사명감을 안고 오른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들이 줄을 잇는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껑충’

 

세계일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 실태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210건으로 최근 5년간 최고치였다. 전년(119건)보다는 2배, 5년 전보다는 3배 이상 증가했다.

 

교권침해 사례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가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가운데 지난해의 경우 정당한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와 공무 및 업무방해가 눈에 띈다. 각각 35건, 33건이 발생해 전통적으로 1위인 모욕과 명예훼손(82건)에 이어 2위, 3위를 기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업방해 상담이 늘고 있는 것은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체계가 무너져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거부되는 교실의 민낯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총이 접수한 2018년도 교권침해 상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교총이 지난 2일 발표한 ‘2018년 교권회복 및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는 총 501건이었다.

이를 주체별로 분석하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43건(48.5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처분권자에 의한 부당한 신분피해 80건(15.97%) △교직원에 의한 피해 77건(15.37%) △학생에 의한 피해 70건(13.97%) △제3자에 의한 피해 31건(6.19%) 순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의 원인은 ‘학생지도’ 불만이 95건(39.09%)으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 67건(27.57%), ‘학교폭력’ 처리 관련 53건(21.81%), ‘학교안전사고’ 처리 관련이 28건(11.52%)으로 뒤를 이었다.

 

◆교사 10명 중 9명 “사기 떨어졌다”

 

교총이 발표한 올해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는 말문이 막힌다.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87.4%에 달해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2009년 같은 문항으로 처음 실시한 설문 결과,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55.3%)보다 10년 새 32%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2011년 79.5%, 2015년 75.0% 등의 응답률과 비교했을 때도 상당한 수치다.

교권 보호 실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5.6%(별로 그렇지 않다 37.3%, 전혀 그렇지 않다 28.3%)에 달했다. 교권 보호가 잘되고 있다는 대답은 10.4%(대체로 그렇다 9.5%, 매우 그렇다 0.9%)에 불과했다.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선생님들은 너도나도 교실을 떠나고 있다.

 

교총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명예퇴직 신청자는 601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2월·8월 명퇴자를 합한 6143명에 근접한 수치다.

교총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최근 교원 명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89.4%)과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0%) 등을 1, 2위 이유로 답변했다. 그다음은 ‘교원의 본분에 맞지 않는 과중한 잡무’(14.6%), ‘교직 사회를 비판하는 사회 분위기(11.5%),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에 따른 피로감’(9.8%) 순이었다.

 

이동수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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