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이 정책의 영역에 들어왔다. 이 사업은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중 10개 지역에 매달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경기 연천, 강원 정선 등 7곳을 시범 사업 지역으로 선정했는데,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사업 규모가 확대됐다.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이 열악하고, 추가 지역 선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되면서다. 이에 따라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은 1703억3700만원에서 637억원 증액돼 2341억원으로 늘었고, 전남 곡성과 충북 옥천 및 전북 장수가 추가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 배경에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지방 소멸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소멸위험에서 안전한 지역은 2000년 기준 170곳으로 전체 229개 시·군 중 4분의 3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117곳으로 나타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더니, 올해 기준 경기 화성시, 서울 마포구·관악구 등 5곳만 남았다. 합계출산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출생에다 청년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방의 활력은 급속도로 꺼지고 있다. 중앙·지방정부 재정을 마중물 삼아 지역경제를 일으켜 인구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기본소득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목표는 명확하지만, 이 사업을 면밀히 봐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범사업임에도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데다 향후 ‘조’ 단위로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대상을 인구감소지역 전체 69개 군으로 확대할 경우 총 4조9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이 내년 10조원을 조금 넘는 정도다. 기본소득이 본사업으로 확대될 경우 그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예산이 매년 투입되는 셈이다. 확장재정으로 국채가 2025년 1265조5000억원에서 2029년 1752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8.5% 증가하는 등 우리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본소득 사업이 보다 면밀히 검증돼야 하는 이유다.
이 사업은 기본소득이 유효한 정책인지 판별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단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보편성’, 심사 없이 지급하는 ‘무조건성’ 등 네 가지 요건을 기본으로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있는 반면 AI 도입으로 일자리 부족 사회가 도래할 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 자체로 매우 논쟁적인 주제인 셈이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 효과를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 공약 사안이란 이유로 사업을 기계적으로 확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기본소득 검증 방향에 대해 거론했다. 주민들의 만족도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곤란하고, 창업 등 서비스 제공 지역 활성화 및 재원 마련의 지속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조군과 비교해본 뒤 본사업화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재정의 블랙홀’이 될지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지는 평가 결과에 달려 있다. 정밀하게 설계된 평가 기준은 물론 그 결과까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주무 부처와 함께 정치권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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