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화학공업 발전 업고
곡사포·탄도미사일 자체생산
90년대 전차·장갑차 국산화
2000년대엔 첨단무기 선봬
우크라戰 K방산 시장 확대 기회
K자주포·지대공미사일 ‘러브콜’
폴란드·加 잠수함 수주 가능성도
“기술고도화 위한 정부 지원 필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지난달 20∼24일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한국 방산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와 더불어 미래에 대비해 개발 중인 기술들이 한데 모인 전시회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참가자들 반응은 엇갈렸다. “볼거리가 정말 많다. K방산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과 더불어 “예전에 봤던 아이템들”이라는 시각이 공존했다. 모두가 동일한 전시품을 관람했는데, 반응은 서로 달랐던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K방산의 성과와,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하는 현실을 함께 드러냈다는 평가다.
◆K방산 폐허서 안보·경제 동반성장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 한국군의 무장 수준은 형편없었다. 육군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쓰던 소총과 미국이 지원해준 무기가 섞여 있었고, 해·공군도 전력이 빈약했다. 정전협정 체결을 전후로 군의 전투력은 강화됐지만, 무기와 군수품은 미국의 군사원조에 의존해야 했다. 군사원조가 국방예산 규모를 결정할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은 1960년대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북한은 1962년 ‘4대 군사노선’을 선언한 직후 무기 생산능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1970년대에 접어들 무렵엔 포탄을 자급자족하면서 총기류·화포·전차·군함 생산능력을 갖췄다.
1968년 1·21 사태(북한 공작원의 청와대 습격 사건)와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함 나포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지는 것과 맞물려 박정희정부는 중화학공업과 방위산업을 함께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무기 생산에 필요한 소재가 중화학공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1972년 제2차 방위산업육성회의에선 방위산업과 중화학공업 동시 추진 방안이 채택됐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와 조선소, 거제 조선소, 창원 기계공업단지, 구미 전자공업단지 등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 이때 만들어졌다. 중화학공업의 뒷받침 속에서 1970년대에는 곡사포와 전차, 경장갑차 등을 자체생산할 수 있었다. 1978년에는 휴전선에서 평양까지 날아가는 백곰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했지만, 기초설계 재료를 제외하면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했다. 미사일 추진제 시험을 지켜본 미국 전문가가 놀랄 정도로 당시로선 최신 기술을 확보했다.
1980∼1990년대는 본격적인 국산화 작업이 이뤄졌다. K-1 전차와 K-200 장갑차가 개발되어 육군 기계화부대의 전투력을 높였다. 울산급 호위함, 포항급 초계함 등을 설계·건조하면서 해군 함정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쌓았다. 국산 T-50 훈련기를 개발해 항공우주 분야 기술을 확보하고, 공군 전력을 증강했다.
2000년대부터는 첨단무기 중심의 개발 작업이 이뤄졌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현무 계열 탄도·순항미사일, 해성 대함미사일,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등이 잇따라 만들어져 군에 전력화됐다. 국산 KF-21 전투기도 개발이 이뤄져 시험비행이 한창 진행 중이다.
K방산 무기가 한국군에서 성공적으로 쓰이면서 해외에서도 K방산을 주목했다. K-9은 인도,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 수출됐다. T-50도 인도네시아와 이라크 등이 선택했고, T-50을 경공격기로 바꾼 FA-50은 폴란드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구매했다. 국내 조선소가 제작한 군함도 필리핀과 페루에 수출되면서 K방산의 부가가치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큰 성과 K방산… 과제도 남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K방산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재래식 무기가 급하게 필요했던 세계 각국은 K방산을 주목했다. 그 결과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천무 다연장로켓을 판매했고, 루마니아에도 K-9을 수출했다. 한국군이 사용하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해서 수출에 성공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해 호주에 판매한 레드백 보병전투차가 대표적이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과 급유함 등에 대한 유지보수 및 정비(MRO) 사업을 진행, K방산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국면에서도 K방산은 꾸준히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노르웨이에 K-9 자주포 24문을 추가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17년 24문, 2022년 4문 수출에 이은 세 번째 계약이다. 폴란드와 캐나다에서 추진 중인 잠수함 사업에서도 K방산이 수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천궁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비롯한 K방산 제품을 구매한 이력이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추가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외형적으로는 K방산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방위산업계 안팎에선 우려도 작지 않다. 특정 국가에 수출 실적이 편중되어 있으며, K-9처럼 10∼20년 전 개발된 재래식 중화기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는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국내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예전에 봤던 전시품”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방산 수출 대상국에서 폴란드가 46%로 약 절반을 차지했고, 필리핀(14%)과 인도(7%)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방산 수주액은 2021년 70억달러(약 9조7500억원)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170억달러(23조7000억원)를 돌파했다. 하지만 2023년 135억달러(18조8000억원), 2024년 100억달러(13조9000억원)로 감소세다.
국내 기술 수준이 선진국보다 뒤지고 있는 현실도 걸림돌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4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 조사서’에 따르면 기술 수준 순위는 1위 미국(100%)에 이어 프랑스(89%·이하 미국 대비 수준), 러시아(89%), 독일(88%), 영국(87%), 중국(86%), 이스라엘(84%), 한국·일본(82%), 이탈리아(79%), 인도(73%), 스페인(70%)이었다. 한국은 화포 분야에서 4위를 차지했으나 레이더, 합성개구레이더(SAR), 회전익, 우주무기 분야에서는 10위를 기록해 타 영역보다 저조했다.
이를 두고 첨단 기술과 스타트업 생태계 방식을 접목,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는 무기와 소프트웨어를 출시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과 경쟁하려면 K방산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재래식 무기나 부품을 수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무인·소프트웨어 기술을 지닌 중견·중소기업의 활동을 돕고, 대기업과의 협업을 촉진해서 K방산이 기술 혁신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함께 추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정부는 ‘방산 4대 강국 구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방위산업 진흥 및 수출 확대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서울 ADEX 개막식 축사에서 “2030년까지 국방 및 항공우주 연구개발에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며 “국방 핵심기술과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독자적 우주개발 역량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방 분야 특수반도체 등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과 부품, 소재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 기술주권을 확립할 것”이라며 “방위산업 패스트트랙(첨단 무기체계 허가절차 간소화) 제도를 확대해 민간의 기술과 장비를 군에 제안하는 기회를 넓히고 신속하게 군에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고도 덧붙였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지속 가능한 방산 수출 기반 마련을 위한 수출 품목 다변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품목 및 국가 분석 △주요 방산 수출 선진국 또는 타 분야의 수출 품목 다변화 사례 분석 △수출 제품 형태별 다변화 방안 △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 등을 도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산 투자 증대 외에도 더 많은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방위산업의 유일한 고객은 정부다. 무기체계 소요제기와 개발, 전력화, 수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을 세심하게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은 “K방산은 55년 만에 글로벌 10위 안에 들었을 정도로 획기적 성과를 거뒀지만, 지금 정부 정책 추세로는 발전이 어렵다고 본다”며 “정부는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무기체계의 소요제기를 제대로 하면서 적절한 예산을 배정하고, 기업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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