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연장은 청년 일자리 재앙
‘퇴직 후 재고용’이 현실적인 대안
노사정이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정년 연장 논란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혀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한술 더 떠 ‘임금 삭감 없는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정년 65세 연장’을 올해 안에 입법하라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노동계가 ‘노란봉투법’에 이어 이재명정부에 대한 두 번째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하지만 ‘법정 65세 정년’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정년 연장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건 맞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급감해 1000만명이 넘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은 2023년 기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63~65세여서 정년을 더 늘려야 고령층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야당도 정년 연장에는 동의하는 이유다.
문제는 추진 과정과 방식이다.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급격히 줄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연 30조원의 고용 비용이 늘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5∼29세 청년 90만명을 새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정년제 사업장은 전체의 21.8%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강력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직원들만 혜택을 본다. 청년 실업자들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2016년 ‘60세 정년 연장’ 때 경험했듯이 법으로 정년 연장을 강제하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세 정년 법제화로 2024년까지 55∼59세 근로자가 약 8만명 증가했지만 23~27세 근로자는 11만명 줄었다.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했다. 일방적 정년 연장은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을 부추겨 청년 일자리가 더 줄어든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더구나 청년층(15∼29세) 고용 상황은 최악이다. 청년층 일자리는 8월에만 21만9000개가 사라졌고, 청년 고용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인 16개월 연속 하락세다.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쉰다’는 30세 미만 청년이 44만명을 넘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이토록 홀대하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나.
일본은 65세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재고용 방식을 통해 해결했다.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 고용 가운데 하나를 기업 스스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고용 연장을 자연스럽게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용 방식은 퇴직 후 재고용이 69.2%로 가장 많았고, 재고용된 직원은 정년 전 임금의 70% 이하를 받는다. 계속 고용이 정착하자 2021년에는 ‘70세까지 고용 노력’ 의무도 부과했다. OECD 다수 국가도 정년을 높이되 고용 유지 책임·근로 형태는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정년 연장 논의가 헛발질하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산업 현장에선 60세 이후에도 회사와 계약을 맺고 계속 일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퇴직 후 재고용 기업이 이미 38%에 달한다. 300인 이상 중대형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재고용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근속 연수 중심의 호봉제가 성과 중심제로 바뀌고, 정년을 맞은 고령층이 더 일하는 대신 임금 삭감을 받아들여 가능한 것이다. 고용은 기업 자율과 시장의 원리에 맡기는 게 답이다.
정년 연장은 국민 모두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강제 법제화는 부작용이 큰 만큼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거쳐 정교하게 추진돼야 한다. 독일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근로자의 소득세를 대폭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세대 갈등이 불거진 문제는 기성세대보다 청년의 이익을 우선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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