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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빚의 늪’ 빠진 서민… 법적 추심 3년 새 85배 폭증

입력 : 2025-10-15 17:51:13 수정 : 2025-10-15 18:22:27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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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고금리에 벼랑 끝 내몰려

경매·압류 등 예고 이행권고결정문
2021년 3313건서 작년 28만4317건
소액채무도 감당 못하는 경우 급증
李대통령 “빚 신속한 탕감” 강조에도
올 강제집행 사례 10년 중 최대 전망
전문가 “가계부채 구조적 위기 반증
채무조정·회생제도 점검해야” 지적

강모(35)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재앙이었다. 결혼식과 돌잔치 등 행사를 기획·운영하던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정책이 시행되면서 일감이 크게 줄었다. 그가 감당해야 하는 고정 임대료만 250만원이었다. 사업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도 부채는 6000만원이 넘게 쌓였다. 운영자금을 위해 받은 대출 또한 연체 위기가 지속됐다. 결국 강씨는 사업자 통장과 카드매출채권이 압류됐고, 매출 정산이 중단되면서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게 됐다.

서울 명동 골목 폐업한 상점 문에 각종 고지서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속에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법적 추심절차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강제집행의 시작점’인 이행권고결정문이 3년 전 대비 8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못 갚을 빚은 신속하게 탕감해야 한다”며 채무 탕감의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강제집행을 당하는 서민이 올해 최근 10년 중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원이 지난해 발송한 이행권고결정문은 28만4317건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추이를 보면 2021년(3313건)까지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3년 만에 85배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9만5006건이 발송돼 지난해보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행권고결정문은 3000만원 이하 민사 소액사건에서 법원이 확정판결 전에 서면으로 의무 이행을 권고하는 제도로, 압류와 경매 등 강제집행을 개시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사용된다.

생활자금이나 보증금 등 소액채무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전영훈 상담관은 “코로나19 동안 채무가 누적된 데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황과 고물가·고금리까지 더해 고정적으로 나가는 부대비용이 늘어나 강제집행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성장률이 둔화하고 소득이 줄어드니까 채권 추심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주홍글씨’로 불리는 법원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806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921건) 대비 8배 넘게 급증했고, 2021년(131건)과 비교하면 61배에 달한다.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는 채권자가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 확정 이후 6개월간 빚을 갚지 않은 채무자를 상대로 신청할 수 있으며, 등재 이후 대출·카드발급·할부거래 등 신용 거래가 제한된다.

강제집행으로 이어진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 개시는 2021년 9870건에서 지난해 35만894건으로 3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경매 개시는 1319건에서 2만7745건으로 20배 늘어났다. 경매 개시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가압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부동산 가압류는 2021년 13만3686건에서 지난해 32만2739건으로, 자동차 가압류는 1만5313건에서 2만1518건으로 늘었다. 채무불이행이 단순 연체를 넘어 생활기반의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된 셈이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채무조정과 회생제도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의원은 “올해 상반기만 집계된 수치임을 감안하면 연말에는 모든 항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단순한 법원 행정량 증가가 아니라 가계부채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긴급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금융기관은 채무조정·회생제도의 실효성을 전면 점검하고 새도약기금 등 배드뱅크가 실질적인 재기 발판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법적 추심 이전 단계에서 조기경보와 상담이 이뤄지는 사회적 완충장치 강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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