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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한국살이 17년, 추석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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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5 23:52:43 수정 : 2025-10-15 23: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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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 뭐 해요? 가족이랑 떨어져 있는데 외롭지 않아요?” 한국에서 17년 가까이 살았지만, 추석이 되면 늘 이런 질문을 받는다. 추석은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한국의 전통 명절이다. 추석에 대해 책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 되는 외국인들도 있지만, 나처럼 한국에 살면서 명절 연휴를 직접 체험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15년 전 내가 경험한 추석은 무척이나 쓸쓸했다. 그때는 한국인들이 부모형제와 추석을 보내기 위해 거의 다 지방에 내려가 서울은 텅 빈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게들도 문을 닫아서 당시의 서울 모습은 쓸쓸함을 넘어서 무섭기도 했다. 나는 한국인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식량을 미리 사놓고 추석 명절을 기숙사에서 쓸쓸하게 보냈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10년 전의 추석은 내 인생 최고의 추석이었다. 한국인 절친의 집에 초대를 받아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추석을 보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고, 한국의 송편, 튀김, 전 등을 직접 만들어봤다. 나는 요리를 그다지 잘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예쁜 송편과 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인들에게 식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친구의 가족과 한가족이 되어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진정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의 인정,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가족 간 유대감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인의 일상생활, 윷놀이, 동네 구경 등도 무척 흥미로웠다.

올해는 한국인 친구 덕분에 또 다른 추석을 보낼 수 있었다. 친구는 추석이라 내가 전통음식을 그리워할까 봐 나를 우즈베키스탄 식당으로 데려갔다. 이 친구의 소개로 수원에 있는 여러 나라의 음식점과 수원시에서 지원하는 외국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친구와는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식을 여러 번 먹어봤지만, 이번 식사 자리는 좀 더 특별했던 것 같다. 양국의 전통 명절과 식사 문화를 비교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 우리가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수원의 다양한 외국 이주민 지원 서비스와 음식들을 알게 된 것도 큰 배움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추석의 의미와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제사를 지내는 대신에 국내 또는 국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TV 뉴스를 보니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6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은 한국인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집단주의가 강하지만, 한국인들은 추석 명절을 각자가 자기 방식대로 편하게 보내는 것 같다. 개인주의가 점점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나의 조국은 아니지만 한국에 17년째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개인주의의 확산은 조금 유감스럽다. 명절을 각자가 자기만의 방식대로 편하게 보낸다면 전통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균형인 것 같다. 추석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을 현대라는 시대적 흐름을 적절히 섞은 균형 말이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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