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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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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5 23:52:50 수정 : 2025-10-15 23:52:48
김유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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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 비판 두려워하면 미래는 안 와

“2025년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대입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2021년 11월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의 발언이다. 유 전 장관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골자로 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로, 교육계에선 제도가 안착하려면 대입도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수능 영향력이 큰 구조에선 수능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불 보듯 뻔해서다.

김유나 사회부 차장

이 때문에 고교학점제를 적용받는 2009년생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은 크게 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교육부는 2020년 11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도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2028 대입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며 절대평가, 논술 문항 도입 등 ‘미래형 수능’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권이 바뀐 뒤 2023년 베일을 벗은 2028 개편안은 기대와 달랐다. 새 수능은 선택과목을 없애는 등 지금의 수능과 다르지만 논·서술형 도입 등 큰 변화는 없었다. 이런 와중에 고교학점제는 예정대로 올해 도입돼 고1은 학교 교육과 대입의 엇박자 틈에 놓였다.

정부의 개편 의지가 없던 것은 아니다. 교육계에선 객관식 수능이 사교육을 유발하는 등 폐해가 크다는 평이 지배적이고, 수능 개편은 진보·보수를 떠나 많은 교육부 장관의 숙원 중 하나였다. 2028 개편안을 내놓은 이주호 전 장관도 ‘수능 폐지론자’로 알려졌으나 취임 후엔 “2028 대입은 미세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조국 사태’ 여파로 ‘수능이 공정하다’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대적 개편으로 맞을 역풍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8 개편안을 징검다리 삼아 그다음 개편에서 수능 영향력을 줄이고 싶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다음 개편은 이재명정부로 넘어갔다.

교육계에선 또다시 수능 개혁 얘기가 나온다. 7월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새 정부에 수능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도입, 수시·정시 통합 등을 제안했다. 현재 교육부 수장인 최교진 장관도 당시 세종시교육감으로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인터뷰에선 “수능 절대평가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섣부른 개편은 추진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들 ‘개편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며 미래에 문제가 스르르 풀리길 바라는 모양새다.

소극적인 자세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 장관은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교육감들과 (수능·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시기가 됐다는 데 공감했다. 의제화해 다음 대입 개편까지 준비하겠다”고 했다가 ‘돌발발언’이란 비판을 받았고, 14일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의 지적에 또다시 사과했다. 다음 개편은 초5∼초6에 적용될 가능성이 큰데, 대입까지 6∼7년을 남기고 나온 발언도 갑작스럽다며 비판이 쏟아진 셈이니 교육부 장관들에게 대입 개편은 입에 담기 어려운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대입제도’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확실한 것은 가만히 있어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비판받는 것이 두려워 다음 장관에 미루고 바통을 넘기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있다. 새 정부가 입시 문제를 풀고 싶다면 이제라도 대입 개편을 테이블에 올리고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그들이 말하는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이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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