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세제도 활용, 신중히 접근할 것”
정부가 15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고가주택 대출 제한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필요할 경우 보유세 강화 등 세제 조정 카드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부동산 세제 개편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정부가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 마련’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보유세·거래세 조정을 통한 시장 안정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이 장기화할 경우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거래세를 낮춰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특정 지역에 수요가 쏠릴 경우, 해당 지역의 보유·거래세 중과 등 맞춤형 세제 강화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그동안 정부는 세제 카드를 꺼내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섣부른 증세는 집값 안정 효과보다 세 부담 논란과 역풍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얻은 ‘학습효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시장에 경고음을 낼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취임 직후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병철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국민 주거 안정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세제는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개편 시기와 내용은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발언은 세제를 안 쓰겠다는 뜻이 아니라 필요 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에서 세제 조정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이유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을 꼽는다.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할 수 있는 세제 개편 방향을 연구용역과 관계부처 TF를 통해 검토할 계획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가 보유세 조정 카드를 언급한 것은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며 “세제 강화는 단기적 심리 안정에는 효과가 있지만, 금리·유동성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하락세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신호가 과도하게 해석되면 매도·매수심리가 동시에 위축돼 거래절벽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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