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힘으로 반대·비판 억압은 독재의 길
2025년 10월 13일의 대법원 국정감사는 대한민국의 역사에 기록되어 오랫동안 되새기게 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로 삼권분립이 가장 심각하게 흔들리고, 사법부의 독립이 명백히 침해된 날로 말이다.
국회가 대법원을 마치 적대적 관계인 것처럼 공격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여당 국회의원들이 불법과 편법을 넘나들면서 위헌적인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저래서 제왕적 국회라고 느끼게 된다.

국회와 대법원의 직접적인 갈등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해 1심에서 유죄판결,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온 것이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10대 2의 다수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무죄판결을 기대하던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고, 대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비난과 함께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 너무 짧은 시간(9일)에 판결이 나왔다는 것까지도 비판했다.
대법원이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 재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재판 지연에 비추어 보면, 6·3·3 원칙을 강조하던 대법원이 의외의 결정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민주당도 판결 시점까지는 무죄판결을 기대했을 뿐, 너무 서두른 판결이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도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계속되었고, 3년 동안 12명의 대법관을 증원한다는 주장이나, 충분한 사전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재판소원을 도입하겠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대법관 증원 및 재판소원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조차 많은 비판을 하게 만들었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제도적 변화와는 별도로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라는 초강수까지 동원되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이 불응하자,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말까지도 나왔을 정도다. 실제 동행명령장이 법원의 영장과 다르며,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런 것인지….
조 대법원장의 일관된 반응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청문회나 국감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사법부의 독립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상 명문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도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국회는 1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사실상 청문회를 진행했다. 그 자체가 편법일 뿐 아니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질의 내용과 방식에서 사법부 독립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 대법원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삼권분립 및 사법부의 존중이라는 관행과 예우는 사라졌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들이 난무했다. 이를 본 국민이 조 대법원장이 더 문제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여당 국회의원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할까?
국회의 대법원에 대한 공격은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되어야 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선출된 권력 우위론에 힘입은 탓인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존중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곧 헌법에 대한 존중도 보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도 선출된 권력보다 국민주권이 우선이라고 했는데, 여당 의원들이 국민투표로 확정된, 국민의 직접적 의사를 반영하는 헌법을 무시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이러다가 법률이 헌법보다 우위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오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적과 동지로 구분하는 극단적 갈등의 논리도 문제다. 대화와 타협의 민주정치는 실종되고 다수의 힘을 앞세워 반대와 비판을 무조건 억압하려 한다면, 그것은 독재의 길로 가는 것일 뿐이다. 스스로 민주화의 주역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이제는 민주주의를 자살의 길로 이끌고자 함인가?
흔히 사법부를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이자 법치의 최후 보루라고 말한다. 사법부가 무력화되는 순간, 인권보장도 무너지고, 법치주의와 더불어 민주주의도 사상누각이 된다. 그것은 히틀러의 나치가, 대한민국의 유신체제가 잘 보여주는 역사의 경험이다.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자는 것인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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