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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추상미술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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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8 22:52:23 수정 : 2025-09-18 22: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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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와 키아프. 올해 미술계를 결산하는 두 행사가 막을 내렸다. 런던, 뉴욕, LA와 서울에서 열리는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 모두 아트 페어 즉 미술품을 파는 시장이다.

구상미술과 팝아트적인 작품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구체적 이미지가 담긴 작품들과 내용이나 이야기가 중심인 작품들이 많이 팔렸다 한다. 이런 현상은 미술사의 큰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구상미술 이후 20세기 한 세기 동안 추상미술이 대세였지만, 내용과 형식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이나 개념미술에 이르면서 공허한 형식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 반발로 구체적 이미지가 다시 등장하고 대중문화와 관련을 갖는 팝아트적 작품이 유행하고 있다.

빌럼 더코닝 ‘강으로 향한 문’(1960)

추상미술은 과연 공허한 형식이기만 할까. 다른 주장도 있다. 구상미술이 삶의 경험과 직접적, 구체적인 관련을 갖는다면, 추상미술은 간접적, 은유적으로 관련된다는 견해이다.

빌럼 더코닝의 ‘강으로 향한 문’을 보자. 추상표현주의 화가 더코닝은 물감을 속도감 있게 바르고 휘갈기고 문질러서 꺾인 각도, 밀도나 농담 차이를 만들어내서 물감층 아래에서 배어 나오는 깊이감과 거리 효과를 느끼게 한다. 노란색 붓 자국으로 힘차고 활기찬 바탕을 만들고, 그 사이를 거칠고 검은 붓 자국들로 메워서 변화를 준 후, 역시 거칠게 뻗은 연한 분홍색 기둥으로 그림 전체의 균형을 맞췄다. 그 결과 노랑과 검정과 분홍이 서로 어울리며 색채들의 역동적인 조화도 만들어낸다.

더코닝이 이 그림을 강으로 향한 문 앞에 서서 혹은 강과 문을 바라보면서 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깊이감과 거리 효과, 힘차고 강렬함, 역동성과 변화와 균형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고 느끼는 것들을 더코닝이 색채와 붓 자국의 은유로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그렇다. 추상미술의 매력은 이런 삶의 은유에서 느끼는 만족감에 있다.

미술이 항상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듯이 내년 프리즈와 키아프에서는 이런 추상의 세계가 주목받지 않을까.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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