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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이 보여준 K컬처 확장력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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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7 22:38:25 수정 : 2025-07-17 22: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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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뜨겁게 달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은 단순한 히트작을 넘어선다. 이 작품은 공개 직후 11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고, OST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8위, 수록곡 두 곡은 핫100 차트에도 진입했다. 음악과 영상, 서사와 미장센까지 고루 주목받고 있는 이 현상은 오늘날 K컬처가 어디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애초에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전략적 기획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작품은 팬덤의 애정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미 널리 퍼진 K컬처 요소를 자유롭게 뒤섞고 재구성한, 일종의 팬픽 혹은 2차 창작물에 가깝다. 작품은 한국의 전통 신화, 무속, 오컬트적 정서를 경쾌하게 끌어오되, 그것을 신중하게 다듬기보다는 과감하게 소환하고 재배열한다. K컬처를 대표하는 K팝과 한국 전통문화를 결합한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은 한국 문화를 단순한 장식이 아닌 서사의 동력으로 만든다. 세계의 시청자들은 그 안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국적인 것’을 발견하고, 나아가 그것이 글로벌한 창작 언어임을 체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어떤 제도나 권위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문화 진흥 정책의 산물이 아니며, 한국을 대표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도 아니다. 오히려 그 자유분방함과 재기 발랄한 상상력이야말로 지금 K컬처가 어떤 위치에 도달했는지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증거다. 이제 ‘한국산’이라는 인장이 아니라 ‘글로벌한 문법’으로 기능할 수 있는 힘, 그것이야말로 지금 K컬처가 지닌 진짜 확장력이다.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세계에 먹히는가’를 묻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대신 ‘세계는 지금 한국을 어떻게 재창조하고 있는가’ 그리고 ‘K컬처는 어디까지 열려 있는가’를 묻는 시점에 와 있다.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들이 글로벌 감각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그 과정을 통해 다시 세계로 퍼져나가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오늘날 K컬처가 지닌 유연한 확장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생생히 증명한다. 지금의 K컬처는 더 이상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각자의 감각으로 번역하고, 재가공하며, 공유하는 유동적인 플랫폼이 되었다.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가 전 세계 콘텐츠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바로 그 점이 K컬처의 다음 단계를 예고하고 있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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