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식탁에서 고추는 ‘만능 식재료’로 통한다. 생으로 썰어 각종 찌개나 탕, 볶음 요리에 넣어 먹거나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곁들여 먹기도 한다. 뜨거운 국밥에 가늘게 채 썬 고추를 넣어 먹으면 고추의 알싸한 매운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어떤 요리든 고추가 첨가되면 깊고 풍부한 맛이 배가 된다.

독특한 점은 우리나라는 고추 열매뿐 아니라 잎도 나물로 즐긴다는 점이다. 고춧잎은 매운 고추의 잎을 말한다. 조선시대 생활백서인 ‘규합총서(1809년)’에도 고춧잎을 활용한 김치, 장아찌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고춧잎을 말려 보관한 뒤 사계절 내내 즐겼는데, 신선한 채소를 먹기 어려웠던 겨울에 훌륭한 비타민 공급원이 됐다.
그런데 우리에게 친숙한 고춧잎은 가까운 일본에선 거의 먹지 않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고춧잎을 식재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깻잎이나 들깻잎처럼 우리가 즐겨 먹는 채소가 일본에선 활용도가 낮은 것과 비슷하다. 고추는 열매 수확만을 목적으로 하며, 잎은 별다른 상품성 없이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밑반찬으로 인기가 높은 고춧잎 무침은 쌉쌀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고추의 수확 시기는 7~10월인데, 이 시기 고추가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잎과 곁가지 줄기를 떼어주는 작업을 한다. 이때 떼어낸 고춧잎은 더 여리고 향이 짙어 식재료로 활용하면 좋다.
먼저 싱싱한 고춧잎을 물에 살짝 데쳐 풋내를 제거한다. 물기를 뺀 고춧잎을 마늘, 참기름, 간장, 깨소금 등 갖은 양념에 무쳐 내면 맛있는 반찬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데치는 시간이 너무 길면 고춧잎이 질겨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데친 고춧잎을 찬물에 헹궈 식히면 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고춧잎 무침은 밥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쌈 채소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춧잎에 쌈장이나 고추장을 곁들여 먹으면 쌈 채소의 부족한 간을 보충해 더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고춧잎은 건강에 이로운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고춧잎은 풋고추보다 비타민 함량이 70배나 많고, 비타민 C는 사과의 20배, 귤의 3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시력 보호와 피부 건강,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 C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
또 고춧잎에는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녹차보다 카테킨이 10배 이상 많아 콜레스테롤 억제 및 관절 건강에도 좋은 효능을 갖고 있다. 고추보다 칼슘 성분이 20배 이상 많아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해주고 골밀도를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2022년 농촌진흥청은 잎에 혈당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많은 ‘잎 전용 고추 품종’을 개발했다. 개발된 잎 전용 고추는 탄수화물을 흡수하는 효소인 알파-글루코시데이즈(α-Glucosidase)를 막아주는 약효성분이 뛰어나 혈당 상승을 억제해 당뇨병 예방과 개선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춧잎에는 카테킨 성분이 있어 한꺼번에 다량 섭취할 경우 복통, 설사,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비타민 K가 풍부해 평소 와파린, 혈액 희석제를 복용하는 환자라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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