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규모·역할 축소 쉽지 않아
다만, 韓·美 역할론 등 변수 남아
양국 방위태세 선제적 전략 필요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100여일이 경과되고 있다. 2017년 제1기 집권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의 과도한 인상을 강요했고 주한미군의 감축도 추진하려 했다. 실제로 북·미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미동맹 차원의 연합훈련이 대폭 축소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제2기 트럼프 행정부 발족 이후에도 한·미동맹을 크게 동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국내 안보전문가들 사이에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중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 국방부 내에 회람시켰다고 보도된 ‘잠정적 국가안보전략지침’의 개략적인 내용은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한·미동맹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잠정 안보전략지침’ 및 그 근거가 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국방차관의 저서 ‘거부전략’ 그리고 헤리티지 재단에서 2023년에 발간한 ‘프로젝트 2025’의 내용은 공통적으로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안보위협을 중국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적으로는 핵전력의 증대와 미사일 방어체제의 증강을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대외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등을 망라한 ‘반패권연합’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콜비 차관은 한국과 같은 세계수준의 경제국가를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에서 제외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이익에 역행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안보전략 구상을 볼 때, 제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되었던 한·미동맹 규모나 역할의 급격한 축소 움직임은 어느 정도 제어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제2기 행정부에서도 주한미군의 역할이나 위상이 변화될 수 있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콜비 차관은 지난해 5월 방한 시에 국내 언론이나 필자와의 면담에서 주한미군이 향후 대중 억제 역할을 보다 확대해야 하며,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은 한국이 단독으로 대응하는 역량과 준비를 갖추는 한·미 간 역할 분담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방안이 향후 추진된다면 북한발 군사적 위협을 동맹 차원에서 공동 억제한다는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근간이 동요될 수 있다.
그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 시기부터 미국과 일본 간에 추진되고 있는 미·일 동맹 지휘체제 재편 구상이 주한미군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하면서 기존의 통합막료감부가 담당해 오던 육해공 자위대 야전부대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담당케 하는 상부 지휘구조 변화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통합작전사령부의 카운터파트가 될 주일미군사령부를 기존 3성 장군이 아닌 4성 장군 지휘체제로 격상하고,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담당해 온 작전지휘 권한도 주일미군사령부에 부여할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였던 지난해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과 2+2 회담에서 미·일 양국은 대체로 이 같은 방향에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30일 헤그세스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나가타니 겐 일본 방위성 대신(장관)이 한반도,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로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하는 것은 주일미군사령부가 격상될 경우의 역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미·일 간의 합의에 따라 주일미군사령부의 위상이 4성 장군 지휘 하의 지휘체제로 재편되고 그 임무도 지역적으로 확대된다면,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사령관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교전 상태 하의 적대관계”로 남북관계를 공세적으로 재규정하였고 핵 능력 및 그 수량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공세적 태도와 군사능력에 대응하여 보다 굳건한 한·미연합방어태세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견지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국민 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100일 이후 추진될 수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정책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한·미연합방어체제에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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