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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공수처를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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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1 23:31:53 수정 : 2025-03-11 23: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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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에 비해 인력 태부족… 한계 드러내
무리한 수사·절차 위반 책임 커 존폐 기로

지금은 국민에게 외면받는 공수처지만, 공수처 도입을 위해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2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찬반 논란도 많았지만,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점에서 그리고 영국과 뉴질랜드의 중대비리조사청, 홍콩의 염정공서, 대만 염정서 등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공수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의해 공수처 도입이 정해지고 공수처 법안이 나왔을 때,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웠다. 공수처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수처 법안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수처에 부여된 권한에 비해 공수처의 조직과 인력이 너무 부족하고, 다른 수사기관과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공수처법은 2020년 제정된 이후 두 차례 개정되었으나, 본질적 문제의 해결은 없었다. 그로 인해 공수처의 실적 문제, 전문성 문제, 타 수사기관과의 협력체계 문제 등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계기로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의 숫자, 범죄유형 등을 따지면 25명 이내의 검사로 모든 사건을 담당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공수처가 설립된 이후 제대로 된 수사결과를 낸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윤 대통령 사건에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체포영장의 청구 및 집행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에 동원되었던 계엄군보다 더 많은 경찰력을 동원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공수처가 수사를 망쳤다는 비판은 더욱 커졌다.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진행된 후, 최종단계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가 진행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체포에만 신경 쓴 결과 신병 확보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진술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사건을 뒤늦게 검찰에 이첩한 이후에는 검찰이 수사할 시간마저 촉박하게 되어 결국 수사가 충분히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소를 제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법원에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을 문제 삼아 구속취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공수처 수사의 문제점을 더는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수처의 문제점은 무수히 많다. 수사권 문제뿐만 아니라, 체포영장 및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닌 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하여 발부받은 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청구를 했다가 기각된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점, 공수처의 허위답변 논란과 파견 직원이 했다는 변명 등 수많은 무리수가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공수처가 무리한 수사를 했던 것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수처 폐지론이 나오는 등 존립의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려 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이 더욱 실망하는 것은 판사 출신의 공수처장이 이런 일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물론 공수처의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타 수사기관과의 협력체계 부족은 공수처 스스로가 해결하기 어려운 입법 개선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와 그로 인한 절차 위반의 책임은 크고 무겁다. 이제 공수처는 진정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과연 공수처는 폐지하는 것이 맞을까? 계속 존속하는 것이 옳을까?

20여년의 노력 끝에 공수처가 어렵게 도입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공수처법 개정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를 딛고 공수처가 과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과연 공수처가 유능한 검사들을 영입하여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국민의 신뢰 회복 없이 공수처의 미래는 없다. 설득력 있는 대안이 없다면, 차라리 공수처의 실패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여 유사한 일의 재발을 막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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