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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각종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는 공연계의 최대 성수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음주 송년회 대신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유명 아티스트가 출연하거나 입소문이라도 탄 공연을 예약할라치면 ‘억’ 소리 나는 가격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세계적 가수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부르는 게 값이다. 내년에 내한 콘서트가 예정된 콜드플레이의 백스테이지 투어와 한정판 굿즈 등이 포함된 패키지석 가격은 108만원이다. 밴드 오아시스는 한정판 굿즈, 팔찌가 포함된 VIP 패키지를 41만7000원에 판매한다. 국내 뮤지컬의 경우 10년 가까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원이 무너졌다. ‘알라딘’ VIP석은 19만원인데도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4인 가족 기준 80만원에 달하다 보니 배우들이 더블 캐스팅돼 공연하는 작품을 모두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조차 지갑을 닫고 있다. 뮤지컬, 콘서트 등의 티켓 가격이 급등하면서 ‘티켓플레이션’(티켓값+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있다.

순수예술로 불리는 연극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VIP석 티켓 가격은 연극 사상 최고가인 12만원을 기록했다. ‘맥베스’, ‘벚꽃동산’ 등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의 VIP석은 10만원을 넘었다. 서민들이 즐겨찾는 영화관람료 인상도 이슈다. 2019년 평균 1만2000원(주말)이던 관람료는 2020년부터 3년간 매년 1000원씩 올라 1만5000원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초토화됐던 문화예술계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당시 영화시장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60∼80%의 매출감소를 가져왔다. 연극, 뮤지컬, 대중음악 등 공연계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술인 긴급 지원금으로 버텼다. 배달이나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간 연극인들도 허다하다. 아티스트의 출연료 및 운영비 인상 등과 맞물린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주머니가 얇다고 영혼까지 가난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문화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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