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말로 이 참담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마무리를 이틀 남겨둔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에서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태국 방콕의 수완나폼 공항을 출발해 무안 국제공항에 착륙하려고 하던 제주항공 2216편이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습니다. 탑승객은 181명. 행복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친척끼리 여행을 다녀오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을 수 있었기에, 이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저 두렵고, 슬프고, 불안하고, 또 화가 납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에게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말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우선 수습을 최우선으로 하고, 수습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내사나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심각한 재해로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법률입니다.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발생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직업성 질병 환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이를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하고,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인하여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감염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합니다. 사업장 전반의 안전과 보건을 지켜야 할 임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나 중대시민재해를 일으킨 대표이사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사고가 났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결코 아니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와 체제를 구축하고 안전과 보건을 위하여 충분한 관리 감독을 하였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아직 처벌 사례가 많지는 않은데, 2023년 공장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직원들에게 독성 감염을 일으켰던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의 대표이사가 집행유예 판결을, 법인은 벌금형을 받았고, 같은 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크레인에 떨어진 방열판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인해 제강업체의 대표이사가 징역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올해 8월 구속된 아리셀 대표와 본부장에게 적용된 죄명도 바로 이 중대재해처벌법이었습니다. 항공기는 공중교통수단에 해당하므로, 항공기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이착륙 또는 운행 중 사고에 대해서는 충분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공사고는 그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밝혀지더라도 그 책임 소재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서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됩니다. 현재까지 확보된 인근 주민들의 목격 진술, 촬영된 사진이나 영상, 위성사진 등에 따르면, 2216편 항공기는 무안 공항에 1차 착륙을 시도했으나 정상 착륙하지 못했고, 착륙을 재시도하기 위해 활주로 상공을 날아서 지나치는 ‘복행’을 한 후 방향을 바꿔 19번 활주로로 동체 착륙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체 착륙은 정상적인 착륙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비행기 바퀴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기체 자체가 활주로에 미끄러지며 착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착륙할 때 내려가야 하는 랜딩 기어가 내려가지 않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던 비행기가 외벽에 충돌한 것인데, 랜딩 기어가 내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추측만 분분합니다. ‘버드 스트라이크’, 즉 철새 떼와의 충돌로 인한 고장이라는 견해도 있고, 기체 고장 또는 오작동, 조종 미숙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기체인 보잉 737-800 항공기가 이전에 있었던 간사이 국제공항 조류충돌 회항 사건 당시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엔진 고장을 버드 스트라이크로 무마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기종이라는 점에서, 기체 자체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계인지, 사람인지, 자연인지, 주된 원인이 어느 쪽인지에 따라 수사 방향도 달라질 것입니다.
책임을 규명하고 이에 응당한 처분을 내리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뼈아픈 속담처럼, 그동안 우리 사회는 소가 없어져야만 비로소 외양간의 소중함을 깨닫곤 했습니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 이후 최고 10억원의 과징금을 처분할 수 있게 제재를 강화했고, 이후 과징금을 100억원까지 올리도록 항공법도 개정되었습니다. 항공사들 또한 최신 안전 기술을 장착하여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자체적인 개선을 해왔습니다. 이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대한민국 항공기가 추락하여 다수의 사망자를 낸 사고는 최근까지 없었으나, 활주로 이탈, 우박 충돌, 교신두절, 엔진 화재 등 위험천만했던 사고 사례들은 다수 있었습니다. 법을 고치고 기계만 고친다고 안전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전 국민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방법을 강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사고가 수습되는 기간에는, 정계든 어디든 싸움을 멈추고 한마음 한뜻으로 추모의 뜻을 표하는 건 어떨까요. 이번 사고의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에게, 부족하나마 진심 어린 애도를 전합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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