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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1993년 집권하자마자 골프 금지령을 내렸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YS는 골프를 썩 잘 치지는 못했지만, 친교의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했던 것 같다. 그는 1989년 10월 2일 안양 CC에서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골프 회동을 갖고 3당 합당의 서막을 열었다. 그날 YS는 티샷 실수로 골프채를 휘두르다 엉덩방아를 찧었고, 그 장면은 언론에 포착돼 오랫동안 화제가 됐다.

정치 지도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골프만 한 게 없다고 한다. 골프로 건강·정서 관리를 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8년 재임 중 800여 차례 골프를 했다. 하루 18홀씩 라운딩을 했다면 골프장을 찾은 날이 2년을 넘은 셈이다. 비판 여론이 많았지만, 그의 주치의는 “골프라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스트레스로,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미치광이를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골프는 정치인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적절치 못한 시기에 라운딩에 나섰다가 구설에 오르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노무현정부 시절 3·1절 골프로 실세 총리가 낙마한 경우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뉴질랜드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과 라운딩한 것을 부인한 게 결국 심각한 정치 생명의 위기로 이어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고인이 딸과 한 영상통화가 결정적인 유죄 증거로 활용된 것이다. 영상통화에는 고인이 이 대표와 식사와 골프 일정을 함께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골프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 보도와 야당 주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8월 24일부터 7차례 골프를 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거나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이 있던 시기여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실이 최근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와의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재개했다”고 밝힌 점이다.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여야의 정치 지도자가 모두 골프, 그리고 그에 얽힌 거짓으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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