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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DJ와 똑 닮은 인생 역정…김홍일 전 의원 별세

입력 : 2019-04-21 18:45:12 수정 : 2019-04-21 23: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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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DJ와 고난 함께한 ‘민주화 동지’ / 1980년 내란음모사건 때 구속 /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 앓아 / 15∼17대 총선서 연달아 당선 / 2006년 의원직 상실 이후 칩거
묵념하는 조문객들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영정 앞에 묵념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오로지 아버지가 김대중이라서 (장남 김홍일이) 두들겨 맞았다. 나 하나면 됐지, 차라리 나를 더 때리지….”(‘김대중 자서전’ 2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이같이 회고했던 장남 김홍일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일 고문 후유증과 숙환으로 영면했다. 향년 71세. 군부독재와 맞서 싸웠던 여파로 오랫동안 병마와 싸워왔던 터라 정치권에선 그의 타계를 더욱 애달프게 여기는 분위기다. 굴곡진 인생 역정이 아버지와 똑 닮은 그는 김 전 대통령에게는 유독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21일 고인을 추억하며 “김 전 대통령의 믿음직한 맏아들이자 고난의 시절을 함께한 든든한 동지였다. 하늘나라에서 두 분이 만나 회한을 풀기 바란다”고 밝혔다.

1996년 아버지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20일 오후 5시쯤 고문 후유증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사진은 1996년 4월 16일 국민회의 당선자대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방 3년 뒤인 1948년 1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김 전 의원은 정치인이 된 아버지의 길을 따라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경희대 재학 시절인 1971년에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했고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돼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

 

이 때문에 50대 나이로 파킨슨병에 걸려 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신체적 고통에 시달렸다. 김 전 의원은 2001년 출간된 자서전에서 끔찍한 기억을 회고하며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아들은 당사자 입장에선 명예라기보다는 멍에요, 행복 쪽이라기보다는 불행 쪽”이라고 격정을 토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배우자 김숙희씨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을 통해 “고문 와중에 그 아이(김 전 의원)는 아버지의 혐의를 허위로 자백하지 않기 위해 자살시도까지 했다”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전 의원이 자신 탓에 병을 얻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동교동계 측근들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외부 일정을 마치고 동교동 자택으로 귀가하다가도 병석에 있는 아들이 걱정돼 서울 서교동의 김 전 의원 자택으로 발길을 돌린 적이 많았다고 한다.

20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의 빈소 안내문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김대중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업고도 순탄치 않았던 정계 생활 역시 ‘자갈밭 인생’의 연장이었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목포·신안갑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16·17대 국회에서 3선을 지냈다. 하지만 2006년 인사 청탁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은 이후 대외활동을 접었다. 수년 뒤 모습을 드러낸 건 2009년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부친의 빈소에 나타나면서다. 당시 김 전 의원은 파킨슨병이 악화해 휠체어를 탄 채 등장했다. 대화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장례 마지막 순간에는 “아버지!”라는 한 마디를 힘겹게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의 장례는 나흘간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김 전 의원측 관계자는 고인의 안장 문제에 대해 “광주 5·18 국립묘지에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원은) 5·18 민주유공자이므로 안장 대상자가 맞다. 다만, 안장심의위원회의 검토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민주화운동 시절 고문을 받고 ‘상흔’에 몸부림치는 전직 의원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1985년 서울대 민주화추진위 배후 조종 혐의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가혹한 고문을 당했고, 한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다 2011년 패혈증으로 세상을 등졌다. 한명숙 전 총리,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도 고문 피해자로 알려져 있다.

 

안병수·박수찬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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