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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투기 핵심기술 거절당하고도 아직 할 말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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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6 22:29:03 수정 : 2015-10-16 22: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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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민구 장관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기술 이전을 요청했으나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전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은 해당 기술이 제3국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조차 거절당했다. 한 장관이 지난 8월 기술 이전에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는데, 카터 장관은 회담 하루 전에야 이전 불가 의견을 담은 답신을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은 지난 4월 기술 이전을 공식 거부한 이래 모두 세 차례나 불가 입장을 통보한 셈이다.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다. 4개 핵심기술은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다. 전투기의 눈과 귀 등에 해당하는 기술로, 고성능 전투기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다. 미국은 자국 기술보호 조항을 담은 ‘국제무기거래규정’을 들어 기술을 이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무리하게 보여주기식 협상을 벌였다. ‘뒷북 군사외교’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외교적 결례를 자초하며 망신만 샀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마저 희석시킬 판이다.

KF-X 사업이 중대기로에 놓였다. 18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지만 허점투성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유럽 등 제3국과의 협력이나 국내 개발로 4개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장담하지만, 개발에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제3국 기술을 들여오더라도 그것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야 미국 기술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4개 핵심기술 외에 나머지 21개 기술도 이전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F-X 개발 목표 연도는 2025년이다. 지금의 진척 속도에 비추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을 늦출 수도 없다. 예산이 낭비될 뿐 아니라 공군 전력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해선 안 된다. 먼저 2013년 차기전투기로 F-35A를 제안한 록히드마틴과 KF-X 개발 기술 확보를 위한 절충교역 협상을 어떻게 했는지부터 살펴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KF-X 사업을 위한 기술 확보에 문제가 있다면 현실적 대안을 서둘러 찾아내야 할 것이다. 무책임하게 일을 진행하다 한국형 전투기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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