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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정직한 자기정보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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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밝히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자기정보노출’(self-disclosure)이라고 한다. 자기정보노출은 고도의 선택행위이다. 지금 할까?, 나중에 할까?, 하지 말까?와 같이 노출의 시기를 고른다. 또한 어떤 점을 얼마나 밝힐까?와 같은 노출의 양과 질을 조정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예상하면 노출하지 않고 감추는 쪽을 선택하려는 경향도 있다(‘소통하는 인간, 호모 커뮤니쿠스’ 김정기).

자기정보노출을 떠올린 건 유홍준 국립박물관장이 2019년 옥션에서 1만원에 나온 유묵을 5만원에 구입한 친일파의 글씨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애국지사 박원근 선생의 글씨로 셀프 출품한 사건 때문이다. 사임했으나 미술사학자로서 교수직,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이력과 1990년대 초반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문화 고적 답사와 우리 문화 알기 열풍을 몰고 온 전문가로서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더욱 실망스러운 점은 사퇴에 이르는 와중에 자기가 아는 사실을 이실직고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거짓 ‘자기정보노출’을 했다는 점이다. 유묵을 추천할 때 다른 사람을 대신하는 양 ‘대(代) 유홍준’이라고 하고, 친일파의 작품으로 결론이 난 뒤에 4차례나 사과하면서도 “박물관이 기본적 책무에서 미흡했다. 박물관 역량의 부족이자 실수”라면서 시치미를 뗐다. 대한민국의 문화 얼굴인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존재 가치와 권위를 망각하는 몰염치였다.

자기정보노출은 개인 차원에서는 인간관계의 수준을 높이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신뢰감, 통합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1995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찬반의 격렬한 논란을 거치며 ‘국민통합 및 화해촉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백인이 흑인 원주민과 인도와 아시아 인종을 혹독하게 차별하고 격리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의 하수인 노릇을 한 이들에게 자기 범죄를 미디어에 공개적으로 고백하면 사면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 차별로 인한 극심한 폭력적인 대립으로 국가적 분열의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고, 화해와 소통의 공동체로 세계인의 찬사와 기대를 받으며 새 출발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했다.

속임수 정보 노출로 인한 몰염치한 소동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제때에 제대로 하는 자기정보노출이어야 신뢰받는다.

특히 공직에 있거나 사회의 지도자로 행세하고 대우받는 사람들에게 정직한 자기정보노출의 중요성을 체감케 하는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란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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