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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쇼츠’에 중독된 정치… 軍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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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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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사라지고 자극만 남은 국감
軍 브리핑도 쇼츠화로 신뢰 훼손
언론 감시자 아니라 연출자 전락
안보 위기 속 정치적 악용 경계해야

정책은 실종됐다. 대신 정쟁이 난무한다. 국회 국정감사는 늘 그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낙제점을 받았다. 28년간 국감을 모니터링해 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평가다. 의원 1인당 하루 평균 질의 시간은 16분에 불과했다. 피감기관 775곳 가운데 245곳(31.6%) 기관장이 단 한 차례 질문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는 한 가지가 더해졌다. 이른바 ‘쇼츠 국감’의 유행이다.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보좌진은 이를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유통했다. 큼지막한 자막과 강렬한 문구가 달렸다. 정책의 실효성보다 조회 수가 중요해졌다. 상대를 몰아붙이는 장면, 고성과 삿대질, 말꼬리 잡기가 횡행했다. 시정잡배나 다름없다. 살벌하기 그지없다. 국감이 정부와 권력을 감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무대로 변질됐다. 숫자가 말해준다. 올해 국감 첫 주 의원 공식 채널에 쇼츠를 게시한 현역 의원은 38명으로, 지난해 8명보다 크게 늘었다. 관련 영상도 74건에 달했다. 국회가 정책 심의의 장인지, 정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박병진 논설위원

행태는 군으로도 번졌다. 지난 12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두고 북한의 공격인지를 물었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전협정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공격으로 보지 않는 것이냐”, “도발과 무슨 차이가 있냐”며 거듭 따져 물었다. 군의 답변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듯한 문답이 이어졌다. 곤혹스러워하는 장 공보실장의 모습은 유튜브 쇼츠로 퍼졌다. 군의 공식 브리핑마저 조회 수를 위한 콘텐츠로 소비된 셈이다. 과거에도 더러 있었으나 요즘은 도를 넘었다고들 한다.

기자 질문은 자유로워야 한다. 군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면 추궁도 언론의 책무다. 그러나 진실을 캐묻는 것과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패턴은 뻔하다. 쇼츠를 만드는 일부 기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난처한 질문으로 군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답변이 제한되면 그 대목을 집중 부각한다. 왜 답변이 제한되는지, 어떤 군사적·안보적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영상에서 군은 시대에 동떨어진 무기력하고 답답한 조직으로 묘사되고, 조회 수는 올라간다. 맥락은 사라지고 자극만 남는 셈이다. 그사이 군의 입장은 왜곡되고 국민 신뢰는 조금씩 무너진다. 위력을 만만히 볼 게 아니다.

군의 답변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군사작전과 대북 대응에 관한 정보는 안보와 직결된다. 작전계획과 정보자산, 대응 태세가 공개되면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성급한 답변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부른다. 지뢰 폭발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면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설명이 명쾌하지 않다고 곧바로 책임 회피로 몰아세워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군이 군사 보안을 방패막이 삼아 설명을 회피하거나 부실한 브리핑으로 의혹을 키워서도 안 된다. 답변이 어렵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소통은 불신을 낳는다. 군의 보안 의식과 국민의 알권리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언론 역시 군의 소통 부족을 비판하되, 군을 곤경에 빠뜨리는 쇼츠 양산이 취재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쇼츠용 질문을 설계하는 순간,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연출자로 전락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반도 안보 환경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실전 경험과 군사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김정은의 깜짝 방중으로 중국과의 경협은 확대일로 조짐이다.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에도 북한의 냉소와 조롱이 계속되는 이유다. 버팀목 한·미동맹은 정보 공유를 비롯한 여러 현안을 놓고 삐걱대고 있다. 미 측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여권에서 독자적 행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군을 정치적 논란에 끌어들여 쇼츠 소재로 소비하는 현실은 경계해야 한다. 안보는 몇 초짜리 영상으로 재단할 수 없다. 지금 언론이 ‘쇼츠 정치’, ‘쇼츠 국감’을 탓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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