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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권력에 가까우면 국민 신뢰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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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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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 대개편에도 수장 공석
중수청장은 국무회의 참석 논란
독립성 외치면서 행보 우려 낳아
권력과 거리두기 국민에 보여야

지난해 11월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대행이 대장동 일당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을 때 후폭풍을 예상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기관이 본업을 팽개치고 권력에 굴종하면 상식 밖 행동과 조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한 수사에 대한 기대도 함께 무너졌다.

검찰청 폐지를 앞뒀지만 노 전 대행이 떠난 후에도 검찰총장은 공석이었다. 공소청으로 개편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재영 사회부장
정재영 사회부장

총장 대행이 된 구자현 대검 차장은 올해 1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역대 총장 중 국무회의에 참석한 전례가 없었다. 정부 부처 장들이 모이는 자리에 수사기관 수장이 함께하면 수사 언급이 없어도 불합리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려면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수사 대상일 수 있는 부처 장과 수사기관 장이 매번 얼굴을 맞대고 정책을 논하는 상황이면 수사팀에겐 압박일 수 있다. 직접 지시가 없어도 권력 의중을 헤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처 장이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어느 정부에서든 흔하다. 그런 수사는 정치권 갈등으로 촉발한 경우가 많다. 특정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쳐 부당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헌법엔 명시되지 않은 수사 독립성을 언급하고, 불편하지만 추구하려 노력한 건 공정한 수사가 권력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경험 때문일 것이다.

검찰청은 2일 폐지됐다.

그 시점, 검찰 수사를 넘겨받은 중대범죄수사청, 기소만 떼어낸 공소청, 거대 수사기관으로 거듭난 경찰청,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을 관장하는 법무부의 수장이 모두 공석이었다. 국가 수사기능이 외면당한 셈이다.

검찰 흔적을 맨홀 뚜껑과 건물에서 지우면서도 수사기능의 안정적 이관을 등한시한 후과로 국민만 혼란스럽다. 미흡한 법 개정으로 공소청 단계에선 피해자가 새로운 증거를 법정에 제출할 길이 막힌 게 드러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금융권 해킹 사건은 경찰, 중수청을 거쳐 다시 경찰로 되돌아가는 비정상이 현실이 됐다. 공정한 수사권 정립보다 정치검찰 청산에 힘이 실려 빚어진 부작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수청 출범 2주 지나 청장이 임명됐지만 더 큰 논란이 이어졌다.

김지용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검찰과 경찰 수사를 아우를 수사기관장에 대한 합리적 검증을 기대했지만, 그저 ‘넌 누구 편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했다. 내란으로 탄핵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웠는지가 쟁점이었을 뿐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전 정권 사정에 정치적 조직으로 낙인찍힌 검찰 탓일까. 정치 편승을 이유로 검찰청 문을 닫더니 새 수사기관의 장이 내 편인지 몰두하는 건 아이러니다.

김 청장은 취임사에서 중수청이 반드시 지켜야 할 첫째 원칙으로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을 꼽았다. “수사기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국민의 신뢰”라고도 했지만, 27일까지 두 차례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일체의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당부에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커지자 엑스(X)에 구글 AI 제미나이 답변을 인용해 국무회의 참석에 대한 비판을 ‘궤변’으로 일축했다.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같은 취지를 밝히면서도 “중수청은 새로 개청해 인력도 없고 시설도 불완전하니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와도 된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오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 청장은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비공개 석상에서 특정 사건 수사에 대해 질문하더라도 대답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 표현이겠으나, 먼저 권력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해야 한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시 ‘수사기관이 권력 앞에서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 수사기능을 넘겨받은 중수청이 국민 신뢰를 쌓으려면 수사 독립성을 강조하는 취임사나 성역 없는 수사 주문만으론 부족하다. 권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공정하게 수사할 때 국민 신뢰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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