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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반발에 수정·유예 오락가락… ‘국정 난맥상’ 커진다 [이해충돌에 길 잃은 국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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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진·이지민·신진영 기자, 세종=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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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정책 일관성… 혼선 우려

농지 전수조사 우려 크자 조정
부동산 세제 개편 바로 뒤집혀
전기차 국내생산세액공제 확대
석 달 만에 재검토 등 방침 변경
28일 코인 과세 유예 당정협의

“이해관계 첨예한 사안일수록
충분한 사전 조율 필요” 지적
전문가 “李 확고한 신념 있어야”

정부가 경제·산업·사회 분야에서 내놓은 주요 정책들이 현장 반발과 이해관계 충돌에 부딪혀 잇따라 수정되거나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현장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당초 방침을 바꿨고,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노동특례는 부처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판에 귀 기울여 정책을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전 검토와 조율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정과 유예가 반복되면 국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반발에 수정·유예 계속

 

27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이 이해관계자 반발로 시행 방침을 바꾸거나 추진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는 농촌의 우려가 확산하자 후속 조치가 수정됐다. 정부는 지난 5월 전국 136만㏊, 1013만필지를 대상으로 실제 소유·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상속이나 고령화로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농민들 사이에서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일 상속 농지와 고령농 보유 농지, 관행적 임대차 등 투기와 무관한 5가지 유형에 대해서는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처분 절차를 밟지 않도록 특별조치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투기 근절 원칙은 유지하되 농촌 현실을 고려해 처분 기준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한 달도 안 돼 뒤집혔다. 정부는 지난 8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직장과 교육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이 나오자 29일 만에 철회하고 기존 공제액과 상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잇단 재검토에 예측 가능성 흔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시행이 세 차례 미뤄졌다. 재정경제부는 내년 1월부터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청와대가 추가 유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도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도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불발되면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줄곧 제기됐는데, 세 차례 유예를 거듭하면서도 관련 논의를 적기에 하지 못하고 또다시 유예를 거론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제는 유예를 해도, 하지 않아도 정책의 신뢰가 흔들린 데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상품과 세제 지원에서도 방침 변경이 반복됐다. 지난 5월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변동성·투자자 보호 논란으로 신규 상장이 잠정 중단되고 기본예탁금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랐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은 납입 한도 이월 제한과 계약기간 변경에 대한 반발로 기존 제도 유지 쪽으로 수정됐다. 전기차 국내생산세액공제 확대 논의에서도 정부가 지원 대상에서 전기차를 제외했다가 업계의 경쟁력 약화 우려에 석 달 만에 재검토에 나섰다.

 

부처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정책도 있다. 첨단산업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를 담은 초광역특구법 노동특례가 대표적이다. 산업통상부는 투자·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중시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노동권 보호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 정치적 결단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을 바꾸는 것 자체가 일관성 부족은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 8월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과 정치권의 제안에 따라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애초에 나온 안이 바뀌었다거나 합리적인 안을 수용해서 수정했다고 해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한다든지 ‘오락가락’이라고 표현하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부처 간 이견을 공개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입장도 밝혀 왔다. 그러나 장관들의 공개 발언이 서로 다른 정책 신호로 받아들여지면 혼선이 커질 수 있다. 부처별 입장이 조정되지 않은 채 밖으로 전달되거나 발표 후 현장 반발에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면 정부의 최종 방침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일수록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조율을 거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단계에는 대통령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정책 결정권자에게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하고, 그 신념이 없으면 공무원들도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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