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두 벌 입은 로리 매킬로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외곽의 작은 마을 홀리우드. 한 남자의 하루는 아침 동네 스포츠클럽의 화장실과 샤워실을 닦는 일로 시작됐다.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는 홀리우드 골프클럽 바에서 술을 따랐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스포츠클럽으로 돌아가 바를 지켰다.
일주일에 100시간이었다.
그 시각 아내는 이웃 도시 뱅고어의 3M 공장에서 밤새 테이프를 포장했다. 낮에는 아들을 돌봤고, 밤에는 공장에 나갔다.
부부가 몸을 갈아 번 돈은 한 곳으로 갔다. 아들의 골프였다. 아들은 일곱 살에 아버지가 술을 따르던 그 골프클럽의 역대 최연소 회원이 됐다.
바텐더 게리 매킬로이의 아들. 세계 골프의 중심에 선 남자, 로리 매킬로이(37)다.
바에서, 공장에서…부모가 쪼갠 하루
매킬로이는 생후 18개월에 아버지에게 플라스틱 골프채를 받았다. 두 살 무렵엔 공을 40야드(약 37m) 날렸다.
집 안이 연습장이었다. 아이는 거실에서 칩샷을 해 공을 세탁기 안에 집어넣었다.
부모가 아들의 골프에 모든 걸 걸기로 한 건 어머니 로지의 한마디에서였다. 아버지 게리가 훗날 회고한 대화는 짧았다. 아들이 골프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 로지는 야간 근무를 맡겠다고 했고, 게리는 일을 더 늘렸다.
매킬로이가 여덟 살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낮에 번 돈으로 아들을 태우고 아일랜드 전역의 대회를 돌았다. 어머니는 밤새 일했다.
이듬해 세 식구는 대서양을 건넜다. 아홉 살 매킬로이는 미국 마이애미 도럴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같은 해 북아일랜드 TV 토크쇼에 나가 거실에서 갈고닦은 세탁기 칩샷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9년 뒤 열여덟 살 매킬로이는 프로가 됐다. 스물다섯 살까지 메이저 4승을 쓸어 담았다. 마스터스만 빼고.
“지구상 마지막 무대라도”…돈 앞에서 고개 저은 남자
2022년 골프계가 둘로 갈라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등에 업은 LIV 골프가 출범하면서다. 천문학적 계약금에 메이저 챔피언들이 하나둘 짐을 쌌다.
매킬로이는 가장 앞에서 반대했다. 2023년 여름에는 LIV가 지구상 마지막 골프 무대라 해도 차라리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단순했다. 돈만 보고 내린 결정은 대개 좋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을 받으면 주는 쪽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받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했다.
LIV는 5년 동안 50억 달러 넘게 썼다. 2026년 4월 PIF가 시즌을 끝으로 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했고, 리그는 9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돈은 리그를 지키지 못했다.
두 번째 그린재킷, 이번엔 부모가 지켜봤다
2011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10번 홀.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스물한 살 매킬로이의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더니 코스 옆 오두막 사이로 사라졌다. 트리플보기. 이날 그는 80타를 쳤다.
다 잡았던 첫 그린재킷은 그렇게 날아갔다.
재킷이 마침내 그의 어깨에 걸린 건 2025년이었다. 11년 만의 메이저 우승이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이듬해에도 재킷은 그의 품에 남았다. 그는 잭 니클라우스, 닉 팔도, 타이거 우즈에 이어 마스터스 2연패를 이룬 네 번째 선수가 됐다.
매킬로이는 “그린재킷 하나를 얻으려고 17년을 기다렸는데, 이제 두 번 연속 입었다”며 웃었다.
이날 그의 곁에는 아내 에리카와 딸 포피는 물론 부모 게리와 로지도 함께했다. 1년 전 첫 재킷을 입던 날엔 오지 못했던 두 사람이다. 우승 소감을 말하던 매킬로이가 부모 쪽으로 몸을 돌리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 아빠, 제 모든 건 두 분 덕분이에요. 제가 포피에게 두 분의 반만이라도 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부모가 밤낮을 쪼개 마련하던 대회 경비는 이제 먼 얘기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그의 자산을 3억 2500만 파운드(약 6000억원)로 추정했다.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 파산보호를 신청한 LIV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절반쯤은 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실행이 형편없었다고 답했다. 막대한 돈을 이미 부자인 선수들을 더 부자로 만드는 데 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LIV 선수들이 돌아오는 것을 반기겠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다.”
아버지는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하며 아들의 골프를 지켰다.
아들은 더 큰 돈 앞에서도 그 골프를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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