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군인’인가, ‘정치 군인’인가
사관학교·전작권 환수 등 난제 산적
군 내부 갈등 수습, 신뢰도 회복해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이력은 화려하다. 육군사관학교 46기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이다. 제11기계화보병사단장, 합참 전략기획부장, 국가안보실 비서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과 안보 분야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작전과 전략에 밝은 ‘엘리트 군인’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정치 군인’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그는 정권의 색깔을 가리지 않고 정무직 직위에 꾸준히 중용됐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육군본부 참모총장 비서실 근무(소령)를 시작으로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정부에서. 그리고 이재명정부에서 마침내 국방부 장관에 올랐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아우른 셈이다. 군인은 고위직이 될수록 정권과 무관하기 어렵다. 군 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군 인사 역시 정권의 국정 방향과 맞물린다. 그런 점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일 수 있다. 뛰어난 처세술의 결과일 수도 있다.
늘 순탄했던 건 아니다. 2022년 5월 국가안보실 안보국방전략비서관을 마친 뒤 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이동했다. 통상 군 생활 막바지에 거치는 한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요직인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그를 아끼는 전직 국방부 장관이 다시 중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군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이 일화는 그가 조직 안에서 상당한 인맥과 정치적 감각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했다.
12·3 비상계엄을 비껴간 것도 그의 군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강 장관은 신임 장교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55경비대대에서 함께 근무했다. 육군본부에서도 인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계엄 과정에서는 김 전 장관이 주도한 이른바 ‘계엄 라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계엄 사태가 고위 장성들의 경력에 치명적인 족쇄가 된 상황에서 이를 피해간 것이다. 한 예비역 장교는 “김과 강, 둘 다 상황에 따라 줄타기를 잘하는 군인이었다”면서도 “기질은 달랐다”고 평했다. 서로 어울리지 못한 배경이랄 수 있겠다. 군에서는 흔히 지장(智將), 덕장(德將), 용장(勇將)보다 ‘운장(運將)’을 최고로 친다는 말이 있다. 위기의 순간마다 살아남고 기회를 잡는 것도 능력이라는 뜻이다. 강 장관의 군 경력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50만 국군을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이다. 중요한 것은 처세가 아니라 리더십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방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과도 소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일 장관 후보자 데뷔무대에서 언급한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한 발언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과거의 사관학교가 어떤 모습이었든 그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사관학교였다. 미래의 사관학교도 대한민국의 사관학교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화하려면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으려면 변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사관학교 통합을 하겠다는 것인가.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도무지 분간이 어려웠다. 50초 안팎 해당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고, 각종 패러디와 조롱도 이어졌다. 22일 취임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그가 구사하는 화법이 전형적인 군인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터다. 국방부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현란한 화법이 아니다. 지속한다면 불필요한 혼선과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도덕성 문제도 남아 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철거민 특별공급 관련 위장전입 의혹과 장남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해명 역시 국민 눈높이에서 충분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장관의 도덕성은 국정 수행의 신뢰와 직결된다. 앞으로도 계속 검증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 장관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한·미동맹과 전시작전통제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병력자원 감소와 군 구조 개편, 사관학교 통합 논란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히 볼 게 아니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으로 불거진 군 내부의 갈등을 추스르고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가능할까. 그의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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