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 강세장 해석 가능"… 금리·환율 변수 상존 지적도
코스피가 8일 반도체주 훈풍에 개장 직후 '7천피'를 탈환했으나 장중 반락, 7,000선 아래에서 장을 마쳤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 개인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지수를 끌어 내린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0.87포인트(0.58%) 내린 6,954.52에 장을 마쳤다. 4거래일 만에 하락세다.
지수는 전장보다 50.40포인트(0.72%) 오른 7,045.79로 출발해 장중 기준 지난달 18일 이후 15거래일 만에 7천선을 회복했다.
이후 오름폭을 확대, 한때 7,171.52(2.52%)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중 오름폭을 줄이더니 장 후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오픈AI의 새 AI 모델 '아스트라' 출시에 따른 메모리 업황 호조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상승폭을 키우는 모습이었다.
앞서 지난 주말 오픈AI는 보안등급 '위험'(Critical) 단계로 평가된 새 AI 모델 '아스트라'를 출시하면서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이에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며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번졌다.
이에 지난주 말 뉴욕증시에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38% 상승했고,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8.14% 뛰었다.
뒤이어 간밤 뉴욕증시는 노동절로 휴장했지만, 유럽 증시에서 인피니온(6.91%)과 ASML(2.25%)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은 강세를 보였다.
이에 코스피는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상승폭을 키웠고, 단숨에 7,100선마저 탈환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대내외 악재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증시는 오름폭을 줄이다 하락 반전했다.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맞선 '맞불 관세'를 공식 발효하며 무역 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정유 시설이 공격받으면서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9월 3∼4일 KRX 섹터지수의 구성 종목을 변경한 가운데 이번주 ETF(상장지수펀드) 리밸런싱 과정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서 1조4천억원가량의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번진 점도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KRX 섹터지수는 구성 종목별 비중 상한을 두고 있어 상한을 초과한 종목은 비중을 축소한다"며 "현재 KRX 반도체지수 내 상한 비중(20%)을 초과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매도 물량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급별로 보면 개인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이날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다. 개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3조333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천482억원, 6천428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영향으로 최근 주요 수급 주체로 부상한 기타법인도 1조7천588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장 초반 상승폭을 키우던 대형 반도체주도 장중 오름폭을 줄였다.
이날 삼성전자[005930]는 장 초반 한때 3.33% 오른 27만9천원까지 상승했으나 장중 하락 전환, 0.19% 내린 26만9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장 초반 5.95% 급등해 188만9천원까지 치솟았으나 상승폭을 줄여 0.56% 오른 179만3천원에 장을 마쳤다.
한편 SK하이닉스가 상승 마감하면서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29%로 50%선을 회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총 비중이 50%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통계에 비춰볼 때 코스피가 다시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7월 30일 저점 대비 20% 넘게 상승했는데, 업계 통념상 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으로 취급한다"며 "현재는 강세장에 다시 진입했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2005년 이후 코스피가 저점 대비 20% 상승한 뒤 3개월 후 코스피 상승률은 평균 4%였고, 6개월 후에는 평균 24%, 12개월 후에는 38% 올랐다"며 "이번에도 코스피 승률이 높아지는 구간에 다시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오픈AI발 호재로 반도체 투자심리가 개선된 만큼 당분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스트라'의 우호적인 초기 평가가 오픈AI의 대규모 CAPEX(생산설비) 투자 지속에 대한 의구심을 낮춰 메모리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높이고 있다"며 "AI 모델 발전이 가속화되면 메모리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은 7일 삼성전자에 대해 "환율 하락 효과를 반영하나 증익 기조는 여전하다"며 "HBM 고도화로 메모리 헤게모니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8.1% 상향한 40만원으로 조정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목표주가를 280만원에서 310만원으로 올리며 "HBM 고객 다변화가 본격화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사이클 기간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코스피 목표치를 1만2천포인트로 유지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점은 향후 지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해외에서 달러화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줄어들며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결제 대금을 달러로 받지만, 비용의 상당 부분(매출의 약 20%)이 원화로 지출되는 구조"라며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12% 감소하는 단기 실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존한 점도 변수로, 시장에서는 한국시간 11일 저녁 공개되는 8월 CPI(소비자물가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8월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커진 가운데,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으면 금리 인상 우려가 커져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매크로 지표상 시장의 주된 초점은 인플레이션 향방으로 좁혀졌고, 이는 8월 CPI 결과의 중요성을 높일 것"이라며 "주 후반으로 갈수록 8월 CPI 사전 경계심리가 번지면서 증시는 '눈치보기 장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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