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친청 갈등 최고위서 공개 분출
강득구 “거짓말 후보” 정청래 직격
박규환, 김민석 신천지 주장 들춰
노선경쟁 대신 ‘파묘 공방’만 반복
“전대 이후 갈등 수습되겠나” 우려
“李대통령 지지율 하락 가속” 비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당의 진로와 쇄신 방향을 둘러싼 노선 경쟁은 실종되고, 후보 간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초박빙 승부 속에 20여년 전 행적을 들춰내는 ‘파묘’ 공방과 윤리위원회 제소 위협이 이어진 데다 전당대회를 관리해야 할 최고위원회마저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로 갈려 공개 충돌했다. 아직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분열 양상은 아니지만, 갈수록 깊어지는 계파 간 감정의 골이 전당대회 이후 당내 통합과 당·정·청 관계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파전 격화… 최고위서 공개 충돌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전당대회를 계기로 불거진 친명계와 친청계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분출했다.
친명계 강득구 최고위원은 정청래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을 반복하는 후보는 당대표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정 후보는 전날 부산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혁신당과의 합당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취지의 강득구 최고위원 게시글에 왜 대답하지 않느냐”고 말했는데, 강 최고위원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강 최고위원은 “정 후보는 대통령을 팔아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누군가 작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중한 거짓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김 후보를 겨냥해 “신천지 개입설을 주장한 후보에 대해 소극적 태도로 당이 특정 후보를 편드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맞받았다. 이어 “특히 허위 사실 공표, 다른 후보 비방, 지역위원회 조직이나 당원 명부를 활용한 불법 선거운동은 의혹이 제기될 경우 직권 조사해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 간 경쟁이 현 지도부 내 계파 충돌로 옮겨붙은 가운데, 주말 동안 열린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PK) 순회경선에서는 상대 후보의 과거 행적을 들춰내는 ‘파묘’ 공방도 벌어졌다. 정 후보는 전날 경남 합동연설회에서 2002년 김 후보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주장하며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일을 두고 “노사모는 20년이 지났지만 어제처럼 똑똑히 기억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김 후보는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정 후보가) 굳이 말리는데 호남을 간 것이 자기정치의 시작, 명청대전의 시작이었다”며 정 후보의 지방선거 당시 행보를 재차 꺼내 들었다. 김 후보와 정 후보는 순회경선 마무리 발언에서도 상대 측을 겨냥해 각각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깊어진 감정의 골… 전대 후 통합 우려
김 후보와 정 후보 간 공방이 과거 행적과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공격으로 치달으면서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당내 화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는 이날 전남 순천에서 가진 시민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당 내부 분열의 모습이 심해져서 대통령 인기가 떨어질 때 이를 뒷받침해 주는 당이 아니라 ‘레버리지 ETF’처럼 떨어지는 속도를 두 배로 늘리는 역할을 민주당의 분열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당내 중진 의원도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라 해도 서로를 향해 윤리위 제소 등의 말을 쏟아낸 건 금도를 넘은 것 같다”며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지도부 내에서도 적절치 않은 발언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후보들 간 갈등은 이제는 자제를 해야 할 때 같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현재의 갈등이 2016년 국민의당 분당 사태로 이어진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전당대회 당시만큼 심각한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경선의 범위를 넘어 차기 지도부가 수습해야 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 중진 의원은 “분당까지 갈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차기 지도부가 잘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노선 투쟁 대신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나 과거 발언을 둘러싼 상대방 비방이 여과 없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일반적인 전당대회보다 예상 범위를 좀 넘어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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