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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식칼럼] 태어난 아이를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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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한국만의 현상 아냐
특정 국가 정책 실패라기보다
인류의 재생산 질서 자체 변화
성장의 全과정 함께 책임져야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은 어느덧 사반세기를 이어왔고, 0명대 출산율도 1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초저출산은 이제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초저출산사회에 진입한 2002년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해당 국가는 7개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14개국으로 늘었고, 독일과 스웨덴 등 16개국도 초저출산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OECD 38개국 가운데 30개국이 이미 초저출산사회에 진입했거나 곧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 

이러한 확산은 특정 국가의 정책 실패라기보다 인류의 재생산 질서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질서였다면, 이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출산하는 것이 새로운 질서가 되고 있다. 국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장 큰 책임과 부담은 부모에게 남아 있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저출산은 이제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하나의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구정책도 출산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구는 태어나는 사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태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살아갈 수 있는가 역시 인구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2010년 출생아를 예로 들어보자. 2010년에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2024년까지 질병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합계출산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0.006명에 해당한다. 합계출산율이 2010년 1.23명, 2011년 1.24명으로 0.01명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은 그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셈이다. 현재 2010년생은 아직 성장 과정에 있어 이후 청년기에 발생할 질병과 사고에 의한 사망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출생의 실제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러한 손실은 모든 출생코호트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누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인구 규모와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사망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모든 사망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질병을 조기에 치료하고 사고를 예방한다면 상당수의 사망은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 이미 태어난 생명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 역시 오늘날 인구정책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사실 이러한 관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870년 보불전쟁 이후 프랑스는 ‘인구 감소 공포’에 휩싸였다. 독일보다 인구가 적고 증가 속도도 느리다는 사실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인구주의자들은 출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급진 공화주의자들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많이 죽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영유아 사망을 줄이고 공중보건을 강화하며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보았다. 출산 못지않게 이미 태어난 생명을 지키는 일을 중시한 인구사상이었다.

이제 인구정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출산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현실적 제약 때문에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그러나 태어난 생명을 질병이나 사고로 잃지 않도록 지키는 일 역시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저출산을 걱정하면서도 어렵게 태어난 생명을 충분히 지켜내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함께 돌아볼 대목이다.

출산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한 생명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하여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된다. 따라서 양육비와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넘어 아이가 성장하는 전 과정의 건강과 안전까지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만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함께, 어렵게 태어난 아이 한 명 한 명을 끝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인구정책의 새로운 방향일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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