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모호, 플랫폼 사업자 ‘자기 검열’
표현의 자유·권력 감시 위축 부작용
시행착오 바로잡을 보완입법 시급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7월7일을 극복하는 법’이란 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7월7일부터 ‘국민 입틀막법’ 시행. 인터넷 글 쓸 때 조심” “댓글도 잘못 달면 거액 배상을 물 것”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처벌을 피하려면 단정적 표현 대신 ‘~라고 주장한다’ 또는 ‘~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식으로 쓰라는 지침도 올라온다. 국민 스스로 ‘사전 검열’을 하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검열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공론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허위조작정보근절법’(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강행 처리한 이 법은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 유통 시 발생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책임을 묻는 게 핵심이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등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겐 해당 정보의 삭제 및 차단 등 유통 방지 의무를 지웠다. 야당과 언론, 시민단체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와 권력 감시 기능 훼손을 이유로 독소 조항 삭제를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가짜뉴스가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민주주의 신뢰를 훼손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입법 취지는 공감이 간다. 문제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이다. 법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 규정했다. 무엇이 허위·조작인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이용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콘텐츠나 언론 기사 인용 게시물을 악의적으로 신고할 수 있다. 특히 비판 보도 대상이 된 정치인·고위 공직자·대기업 등이 ‘전략적 봉쇄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크다. 설령 패소하더라도 언론의 보도 위축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무엇이 허위정보인지 가려내는 실무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투명성센터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받는 ‘사실확인 단체’가 전담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셈이다.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고, 정쟁 소지가 되지 않겠나. 더구나 사실확인 단체가 아직 구성도 안 됐다는 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같은 ‘졸속 입법’이 초래할 혼란은 누가 책임질 건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기 검열’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사업자들은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 시 즉각적인 삭제와 계정 정지를 이행하고 투명성 보고서를 의무 제출해야 한다. 이들 입장에선 처벌과 배상 책임, 분쟁을 피하기 위해 애매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을 제한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에 더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인공지능(AI) 필터링까지 사용하면 공론장에서 건전한 정책 비판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겠나.
국내외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국회 청원 사이트에는 14만명 이상이 정통망법 철회 촉구 청원에 동의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지난 1일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언론인과 언론사의 활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진보 성향 단체들도 “공론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도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우려를 공개 표명한 바 있다.
법이 시행됨에 따라 소송 남발, 규제 기관과 플랫폼 사업자의 엇박자, 비판 보도 위축 등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날 것이다.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법안을 밀어붙인 집권여당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면밀히 점검, 과잉 규제나 자의적 법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규제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재개정 등 보완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저서 ‘자유론’에서 “아무리 틀린 의견이라도 침묵시켜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마지막 안전장치다. 어떤 이유로든 공론장이 위축된다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가짜뉴스를 막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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