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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으면 되지” 버텼는데…21년 추적이 울린 ‘1400만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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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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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세 이상 41.1%가 당뇨병전단계…약 1410만명
JAMA 21년 추적, 생활습관군 복합 만성질환 위험 21%↓
‘약 무용론’ 아니다…처방·생활습관, 양자택일 아닌 한 묶음

“나중에 약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식사 뒤 가볍게 걷는 습관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Unsplash
식사 뒤 가볍게 걷는 습관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Unsplash

점심을 마친 오피스 건물 앞 풍경은 둘로 갈린다. 커피를 들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사람과 건물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도는 사람이다.

 

몇 분 차이지만 식후 혈당에는 다른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식사 뒤 몸을 움직이면 근육의 포도당 사용이 늘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혈당 관리는 더 이상 일부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를 보면 2021~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41.1%, 약 1409만9000명이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했다. 성인 10명 중 4명꼴이다.

 

당뇨병전단계는 당뇨병은 아니지만, 정상 혈당 범위를 벗어난 상태다. 공복혈당이 100~125㎎/dL이거나 당화혈색소가 5.7~6.4%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당장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금 더 높아지면 그때 약을 먹으면 된다”며 넘기기 쉽다. 그러나 장기 추적 연구가 내놓은 결과는 달랐다. 생활습관을 바꾼 사람들에게서는 혈당뿐 아니라 노년기 만성질환이 겹치는 위험까지 낮게 나타났다.

 

◆1173명이 아닌 3234명으로 시작한 ‘21년 추적’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와 조지워싱턴대 등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PP) 연구진은 당뇨병전단계 성인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를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연구는 1996~1999년 미국 27개 의료기관에서 모집한 당뇨병 고위험 성인 3234명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집중 생활습관 개입군과 메트포민 복용군, 위약군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이번 분석에는 전체 참가자 가운데 미국 메디케어 진료자료와 연계할 수 있었던 1173명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2021년까지 고혈압과 심장질환, 뇌졸중, 관절염, 만성콩팥병, 암, 우울증, 치매, 당뇨병 등 15개 만성질환이 두 가지 이상 겹쳤는지를 살폈다.

 

추적 종료 시점에 만성질환이 2개 이상 생긴 비율은 생활습관군 82%, 메트포민군 85%, 위약군 87%였다.

 

연령과 성별, 체질량지수, 흡연, 음주, 공복혈당 등의 차이를 보정하자 생활습관군은 위약군보다 복합 만성질환 위험이 21% 낮았다. 만성질환이 3개 이상 겹칠 위험은 25% 낮았다.

 

당뇨병을 제외하고 다시 따져도 결과는 비슷했다. 생활습관군은 여러 만성질환이 함께 생길 위험이 여전히 낮았다. 생활습관 개선의 효과가 당뇨병 예방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메트포민군은 위약군보다 위험이 다소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는 아니었다.

 

◆메트포민 효과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 결과를 “당뇨약은 먹어도 소용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메트포민은 혈당을 낮추고 당뇨병전단계가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것을 늦추는 데 사용되는 대표 약물이다. 앞선 DPP 연구에서도 메트포민의 당뇨병 예방·지연 효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가 따진 건 혈당이나 당뇨병 발생 여부만이 아니었다. 심장질환과 콩팥병, 암, 치매 등 여러 만성질환이 한 사람에게 겹쳐 나타나는지를 장기간 살폈다. 이번 결과만으로 메트포민의 치료 효과 전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연구 구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최초 3년여 동안은 세 집단을 무작위로 나눠 비교했지만, 이후 장기 추적 과정에서는 위약 복용이 중단되고 모든 참가자에게 일정 수준의 생활습관 교육이 제공됐다. 메트포민 복용률과 생활습관 프로그램 참여도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분석 대상 역시 미국 메디케어 자료와 연계된 참가자들로, 추적 종료 시점의 중앙연령이 74세였다. 연구진은 자발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일반적인 당뇨병전단계 인구를 완전히 대표하지 않을 수 있고, 보험청구자료로 질환을 판별한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의 결론은 ‘생활습관이 약보다 낫다’거나 ‘약을 끊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건강을 관리할 때 약만으로 생활습관의 역할까지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쪽에 가깝다.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바꿔서는 안 된다. 진료와 처방을 따르면서 식사와 운동을 함께 조절해야 한다.

 

◆식후 10분 걷기보다 강도 높은 ‘집중 관리’였다

 

연구에서 생활습관 개입군이 한 일은 식후에 잠깐 걷는 정도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초기 16차례의 개별교육을 받고 이후 약 2년간 매달 상담을 이어갔다. 섭취 열량과 지방을 줄이고, 체중을 처음보다 7% 이상 감량하며, 일주일에 150분 이상 몸을 움직이는 것이 목표였다.

 

식후 10분 걷기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다만 가끔 걷는 것만으로 연구에서 시행한 집중 관리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번에 30분 운동하기 어렵다면 10~15분씩 나눠 걸어도 된다. 점심 뒤 사무실 주변을 걷고, 저녁 식사 뒤 가볍게 산책하는 식이다. 계단을 이용하고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자주 끊는 것도 하루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당뇨병전단계 관리에서는 약물에만 기대기보다 식사 조절과 꾸준한 신체활동을 함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ChatGPT 생성
당뇨병전단계 관리에서는 약물에만 기대기보다 식사 조절과 꾸준한 신체활동을 함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ChatGPT 생성

식사에서는 양부터 무리하게 줄이기보다 흰쌀밥과 빵, 면, 단 음료처럼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의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다. 채소와 단백질, 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포함된 음식을 함께 먹으면 식사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병전단계라는 말을 들었다면 다음 진료까지 손 놓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약을 대신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혈당을 확인하고 진료계획을 따르면서 식사량을 조절하고 꾸준히 움직이는 것. 21년 뒤 차이를 만든 건 이런 평범한 습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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