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률 120% 육박… 칼잠 일상화
밤엔 교도관 18명이 수백명 관리
정성호 법무 “인력 등 확충해야”
기온이 섭씨 34도까지 치솟은 17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의 5평(16.62㎡)짜리 수용거실도 폭염 속에 달아올랐다. 복도 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벽걸이 선풍기 2대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과열 방지를 위해 50분 가동 후 10분간 멈췄다. 옥색 수형복을 입은 취재진 10명은 방에 옹기종기 쭈그리고 앉아 더위를 견뎌야 했다.
이날 법조기자단 일일 수용 체험이 진행된 청주여자교도소는 1989년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 여성 전담 교도소다. 전남편 살해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유정, 재벌 3세를 사칭하며 혼인 빙자 사기를 벌여 징역 13년이 확정된 전청조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여성 중범죄자들이 다수 수용돼 있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정원은 619명이지만 이날 기준 742명이 수용돼 있어 수용률은 120%에 달한다. 이 중 정신질환자는 200여명, 마약사범 170여명, 외국인 수용자(17개국)가 100여명이다. 보안을 담당하는 교도관 등은 총 160명이지만 야간에는 교도관 18명만이 전체 수용자를 관리하는 실정이다.
◆‘과밀 수용’에 교도관 대상 폭력도 다반사
이날 기자가 체험한 혼거실은 5인실 정원이지만 실제론 8∼9명이 생활한다고 한다. 화장실과 싱크대 앞까지 일렬로 촘촘히 누워야만 기자 10명이 모두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옆사람과 어깨가 맞닿아 몸을 뒤척이기도 쉽지 않았다. 전국 54개 교정시설 중 시설 상태가 그나마 양호한 편이지만 ‘과밀수용’ 문제는 이곳도 피해갈 수 없었다.
비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면 모두가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수용자들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는 고스란히 교정 공무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교도관들을 향한 각종 진정과 민원, 욕설과 폭행은 부지기수다. 수용자의 소란 난동과 자해 등 돌발 상황은 하루에 1∼2번꼴로 일어난다.
올해 들어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수용자가 교도관을 폭행한 사례는 두 번이나 있었다. 3월 한 수용자가 조사실로 이동하던 교도관을 휠체어로 가격하고 발로 차는 사건이 발생했다. 5월에는 보호장비 점검 과정에서 교도관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타박상을 입었다.
이날 실시된 ‘수용자 소란·난동 훈련’을 통해 실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한 여성 수용자가 수용동 복도에서 고성을 지르며 교도관들을 상대로 위협을 가하는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이었다. 비록 모의 훈련이었지만 취재진이 머무는 수용거실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은 헬멧과 보호장구를 찬 위기대응팀(CRPT)이 난동을 부리는 수용자를 제압하며 4분여간 진행된 훈련은 끝났다.
교정당국은 수용자들의 난동과 교도관들을 향한 폭력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선 열악한 교정 환경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김봉영 청주여자교도소장은 “과거 시설이 낙후된 한 교도소의 환경을 개선하니 난폭하던 수용자들이 유순해지는 것을 보았다”며 “수용자들은 본인들이 존중받는다고 생각할 때 교화 의지를 갖는다. 환경을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봉제·제빵·미용 교육 받으며 사회 복귀 준비
교도소는 수용자들에게 징벌의 공간이지만, 교화를 거쳐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선 노역하는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봉제, 꽃 장식, 제과·제빵, 한식 조리, 미용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1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교정당국은 수용자가 자격증을 2개 이상 취득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수용자들은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노역을 하러 작업장으로 출역(出役)한다. 노역으로 받는 돈은 보통 월 7만원. 하지만 일을 잘하면 등급에 따라 최대 월 28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날 오후 3시경 찾은 봉제 작업장에선 30여명의 수용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수형복 제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여성 수형복을 만들어 전국 교정기관에 보낸다고 한다.
봉제 작업장에는 에어컨은 없었고 대형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창문을 모두 활짝 열었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제봉틀과 다리미 열기까지 더해지며 기자는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해야 했다.
작업장 벽 한 쪽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 있었다.
‘여기서 잠깐만이라도 그 숱한 내 행동이 남을 크게 괴롭게나 하지 않았던가 깊이 생각하고 서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반성하고 용서한다면 어려운 일은 저절로 풀려질 것입니다.’
◆정성호 “‘교정청’ 설립 통해 시설·인력 확충해야”
법무부는 과밀수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교정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가석방 확대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날 교도소를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교정의 목적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재범을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현재 법무부 산하에 있는 교정본부를 별도의 ‘교정청’으로 독립시켜 독자적 예산을 갖추고 시설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정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는 법질서를 유지하기가 어렵지만, 과거 역대 정권에서는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교정청 신설 법안은 40여년간 수차례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무부는 최근 교정청 설립을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25일 교정미래혁신단을 발족했다.
법무부가 밝힌 신설 교정청 조직구성안에는 수용정책국과 수용자 복귀를 돕는 사회복귀정책국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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