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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복원 20년… 조선 진상품 종어 양식 성공”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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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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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규 K-에코종어 대표

한번 사라진 어종 돌아오기 어려워
“누군가는 해야할 일”… 연구 매달려
국내 최초 동자개 인공부화 등 성공

50년전 서식지 잃고 자취 감춘 종어
치어 생산 단계 이르러 식품 대중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사라진 토종 물고기는 자연적으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북 김제시 복죽동의 한 실내 양어장. 어두컴컴한 수조 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굵직한 물고기를 바라보는 조정규(62) K-에코종어㈜ 대표의 눈빛에는 감회가 서려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물고기는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토종 어종 ‘종어(宗魚)’다. 종어는 메기목 동자갯과에 속하지만 일반 동자개(15~20㎝)와 달리 최대 1m 이상, 8㎏까지 자라 철갑상어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외형을 자랑한다.

조 대표는 “으뜸 종(宗)자를 쓰는 이 물고기는 조선시대 궁궐에 진상되던 최고급 어종”이라며 “관찰사의 관리 아래 포획해 왕실에 납품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조정규 K-에코종어 대표가 전북 김제에 있는 자신의 양어장에서 출하를 앞둔 ‘종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제=김동욱 기자
조정규 K-에코종어 대표가 전북 김제에 있는 자신의 양어장에서 출하를 앞둔 ‘종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제=김동욱 기자

한국어류학회 초대 회장인 정문기 박사의 연구 기록에 따르면 종어는 1930년대만 해도 만경강과 금강, 한강 하류 등 서해안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 주로 서식했으며 연간 300마리 안팎만 잡힐 정도로 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하천 오염과 댐 건설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종어의 산란부터 부화, 성장까지 전 과정에 성공한 국내 유일의 양식인이다. 종어의 양식 난도가 극도로 높아 대표적인 기피 어종으로 꼽힌다.

군산대 해양과학대를 졸업한 그는 1990년부터 고향 김제에서 메기와 동자개 양식에 전념해왔다. 1996년에는 국내 최초로 동자개 인공 부화에 성공했고, 한국동자개양식생산자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종어와 인연을 맺은 건 2003년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로부터 치어 10마리를 분양받으면서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며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수온과 수질, 먹이 조건을 수년간 직접 기록하며 데이터를 쌓았고,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군산대 이정열 학장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수익성만 따졌다면 시작조차 어려운 길이었다. 그는 20년 넘게 반복되는 실패와 집단 폐사, 막대한 자금 부담 속에서도 ‘토종 어종 복원’이라는 신념으로 버텼다. 그 결과 2019년 종어 완전 양식에 성공했고 현재는 안정적인 치어 생산 단계에 이르렀다.

그가 일군 실내 양어장은 4개동(총 2만㎡) 규모다. 대출금과 기존 양식업으로 번 돈 등 총 40억원을 쏟아부었다. 전 재산이었다. 2018년부터는 그의 장남도 후계자로 합류해 2대째 종어 복원에 인생을 걸고 있다.

조 대표는 종어의 뛰어난 식품 가치를 통해 대중화라는 우회로를 뚫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용 허가를 받았고 올해 3월에는 양어장 인근에 국내 최초로 종어요리 전문점을 열고 탕, 회, 구이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수산과학원이 종어의 영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고단백·저지방 어종이면서 관절과 혈관 건강에 좋은 크롬 함량이 철갑상어의 무려 7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잃어버린 식문화를 회복해 종어를 세계인이 사랑하는 K푸드로 키워내고 싶다”며 “영양을 최대화하는 요리법 개발과 수요 확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제 마지막 꿈은 아이들이 교과서 사진이 아니라 실제 흐르는 강물 속에서 헤엄치는 종어를 직접 눈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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