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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불통 지운 주중대사관, 대사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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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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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 7년 만에 관저 개방
노 대사, 교민사회와 접촉 넓혀
中고위급과 교류·공공외교 강화
적극적 현장행보 전임자와 비교

지난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중심가 싼리툰에서 딸아이가 태극기 바람개비를 들고 거리를 뛰어다녔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묘한 안도감이 스쳤다. 최근 얼어붙은 중국·일본 관계 기류 속에서 만약 저 바람개비가 일장기였다면 싼리툰 한복판에서 어떤 눈총을 받았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바람개비는 주중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 체험활동으로 그린 것이었다.

이날 굳게 닫혔던 주중한국대사관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어린이날을 기념해 대사관저를 전면 개방한 덕분이다. 평소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 없던 대사관저 안뜰은 각 행사 부스를 찾아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베이징과 톈진 지역 한인 어린이와 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7년 만에 재개된 대규모 교민 행사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외교 행사와 공식 의전이 이뤄지는 공간을 교민에게 전면 개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노재헌 주중대사가 “열려 있지 않은 관저는 의미 없다”는 취지로 관저 개방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사의 활약이 유독 빛을 발하는 배경에는 전임 대사가 남긴 짙은 실책의 잔상이 자리 잡고 있다. 전임 정재호 전 대사 시절 주중대사관에서는 매월 첫 번째 월요일마다 ‘기묘한 행사’가 열리곤 했다. 이름은 특파원 대상 브리핑이었으나, 정 전 대사는 한 시간 가까이 준비된 종이를 넘기며 홀로 대사를 읽을 뿐 특파원들의 현장 질문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취재진 사이에서 “재미없는 대학 수업을 넘어선 일종의 부조리극”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던 이유다. 갑질 의혹이 불거지자 ‘일신상의 사유’로 브리핑을 취소하고, 보안을 핑계로 특파원들의 대사관 출입마저 24시간 전 사전 허가를 받게 했던 전임자의 고립주의는 우리 외교를 스스로 가둔 창살이었다.

취임 직후 재중 기업인들을 만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론하며 ‘파티는 끝났다’는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으며 시작된 전임 대사의 임기는 이임을 앞둔 마지막 브리핑에서 재임 기간 소회를 묻는 취재진에게 “달리 별다른 소회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 공감 능력의 부재로 마무리됐다.

이에 임기 초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노 대사의 파격적인 행보를 두고 전임 대사의 극단적인 불통에 따른 단순한 기저효과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워낙 전임자의 폐쇄성이 짙었던 탓에 정상적인 소통 활동조차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인다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부임 이후 이어지는 구체적인 성과와 지표들은 이 같은 기저효과론을 무색하게 만들며 노 대사의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중국 현지 당국자들과의 고위급 채널 복구와 공공외교 강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노 대사는 지난 13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고위급 교류 등 전략적 소통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7일에는 베이징 인민대에서 열린 제7차 한·중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을 당부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중국공산당 청년조직인 공청단 중앙위원회를 방문해 쉬샤오 상무서기와 면담을 가졌는데, 주중대사의 공청단 방문은 약 10년 만의 일이다. 그는 이외에도 재중 한국 기업들의 월례 조찬포럼 등 교민 사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 끊임없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중국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해 노 대사의 인터뷰를 국내판 3면에 게재했다. 주중대사 인터뷰가 인민일보 지면에 실린 것은 2019년 장하성 당시 대사 이후 6년여 만으로, 당시 해외판 8면에 실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이 한층 올라간 셈이다. 노 대사는 인터뷰를 통해 한·중 전략적 소통 강화와 기업 호혜 협력 촉진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 내 한국 교민 사회는 지난 몇 년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한·중 관계 변화의 굴곡을 겪으며 대사관의 실질적인 조력과 소통에 목말라 있었다. 7년 만에 빗장을 풀고 교민들을 품은 대사관저의 풍경과 최근 노 대사가 보여준 현장 행보는 외교관의 자질이 국제 정세의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서의 접점 형성과 구체적 문제 해결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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