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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동 전시 상황에… 서울 한복판 ‘하메네이’ 현수막 논란

입력 : 수정 :
김태욱·조채원·장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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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이란대사관 벽에 사진 걸려
“전쟁 범죄자들에게 책임” 문구도
美·이스라엘 향한 비난·항의 의미
“韓 정부에 외교적 신호 가능성도”

주한 해외 공관들 “부적절” 비판
韓, 동맹·중동 관계 사이 고심 깊어
“공개 메시지·물밑외교 병행” 지적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전시상황 속에서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 외벽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과 미국·이스라엘을 겨냥한 ‘전쟁범죄자’란 표현을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린 것을 두고 한국 주재 일부 외교공관이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외교부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외교부를 통해 철거를 요구한 것이지만 동맹인 미국은 물론 중동 중심국가인 이란과의 관계 또한 고려해야 해 외교부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가 11일 도쿄에 위치한 이란대사관을 확인한 결과, 주일본이란대사관에는 이번 중동사태와 관련한 현수막이 게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사뭇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미·반이스라엘’ 현수막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 건물에 지난달 28일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얼굴 사진을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반미·반이스라엘’ 현수막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 건물에 지난달 28일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얼굴 사진을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외교가에 따르면 주한 이란대사관은 최근 대사관 건물 외벽에 하메네이 사진과 함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린 게시글을 인용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When will the world hold war criminals accountable?(세계는 언제 전쟁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어린이들의 얼굴 사진도 담았다. 하메네이 사진은 추모의 의미를, 어린이들 사진은 공습 주체인 미국,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과 항의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일부 주한 외교공관들이 우리 외교부에 우려를 전달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이어지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란의 일방적인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서울 한복판 외교공관 건물에 게시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외교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주한 이란대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부는 이란대사관에 현수막 철거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세계일보 문의에 외교부는 “확인해 주기 어려운 점을 양해 바란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주한 이란대사관의 현수막이 한국 정부에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수막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한 정치적 표현을 넘어 한국 정부에 대한 외교적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의 이런 태도는 앞서 주한 러시아대사관 현수막 논란 당시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4주년을 앞두고 대사관 외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Победа будет за нами)”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당시 외교부는 철거를 요청했지만 러시아 측은 한동안 현수막을 유지하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철거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지속되며 유가가 급등락하는 등 국제정세가 혼란스런 가운데 10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앞에서 경찰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지속되며 유가가 급등락하는 등 국제정세가 혼란스런 가운데 10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앞에서 경찰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우리 외교부의 이런 태도는 동맹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중동 주요 국가로서 주요 원유 수출국인 이란과의 관계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단순한 우려 전달을 넘어 보다 분명한 외교적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한·이란 관계는 미·이란 관계가 악화될 때 함께 경색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난 2021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이란혁명수비대가 한국 유조선을 나포했을 당시에도 미·이란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도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분쟁을 멈추기 위해 좀 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본처럼 공개 메시지와 물밑 외교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공개적으로는 이란의 군사 행동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외교 채널을 유지하며 긴장 완화를 위한 접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최근 이란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일본 측 발표에서는 이란의 군사 행동에 대한 우려가 언급된 반면, 주일본 이란대사관은 “일본 외무상은 이란 국민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고, 현재의 위기가 지속되고 확대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일본 측이 공격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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