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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책장을 ‘넘긴’ 기억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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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영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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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 안 하면 바보라니까.” 며칠 전 점심 식사 자리에서 주식 투자로 꽤 돈을 벌었다는 선배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의 말이 어떤 계시처럼 느껴졌다. 주식 투자 관련 책을 사기로 마음먹고 동네 작은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점 내부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데, 먼지가 쌓여 오랜 세월을 버텨온 듯한 책들도 눈에 띄었다.

“아저씨 EBS 수학 교재 없나요? 오늘 들고 가야 해요.” 서점 안에는 앳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문제집을 빠르게 눈으로 훑으며 서점 주인에게 물었다. “주문하면 2∼3일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서점 주인은 책이 들어오는 대로 학생에게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주인은 21년째 서점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배소영 사회2부 기자
배소영 사회2부 기자

그는 “찾는 손님도 적고 전체 중 절반은 원하는 책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20분 남짓 이 서점에 머무는 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은 여학생이 전부였다. 서점 주인은 “나이도 많고 소일거리 삼아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달 손에 쥐는 돈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만도 못하다”면서 “혼자 입에 풀칠만 하고 사는 수준인데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마지막으로 서점을 찾은 게 언제였던가. 까마득했다. 아마 마지막 책 구매는 10개월 전이다. 이마저도 서점으로 향하는 걸음이 귀찮아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골라 택배로 받아 보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1년 내 종이책 또는 전자책 등을 한 권이라도 읽은 종합 독서율은 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온라인 서점과 이북(E-Book), 오디오북 등장에 이어 디지털중독에 따른 탈종이책 현상 심화로 동네 사랑방과 같던 서점이 하나둘 문을 닫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책을 읽는 것이 ‘교양’을 넘어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한 취미’가 된 세상이 됐다. 책의 글보다는 짧은 정보가 요약된 쇼트폼이나 유튜브가 대세다. 하지만 ‘정보’가 곧 ‘지혜’는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단편적인 지식은 많아질지라도 그것들을 꿰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인생을 보람차게 만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하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가끔 책을 읽는 것이다. ‘하루에 15쪽씩 책 읽기’라는 스스로와의 다짐을 한 달째 지키고 있다. 그동안 퇴근 후 스마트폰으로 내린 스크롤의 길이는 수㎞에 달하겠지만 정작 머릿속에 남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불빛을 끄고 두꺼운 책을 꺼내 책상에 앉았다. 파도처럼 넘치는 자극적인 디지털 신기루 대신 책상을 등대 삼아 15쪽의 방파제를 쌓는다. 종이의 두께만큼 두터워지는 내면의 깊이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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