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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코리아하우스’의 달라진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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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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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의 심장부, 1930년대 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서 깊은 저택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가 지금 한국의 색과 향기로 가득 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힘을 합쳐 한국을 알리는 ‘코리아하우스’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지난 5일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였던 코리아하우스는 한국 선수단의 휴식과 취재진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선수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 찾아와 편히 쉴 수 있는 말 그대로 ‘집’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성격이 달라졌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코리아하우스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이번 밀라노 코리아하우스는 그 변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전통문화 소개나 체험 부스 수준을 넘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를 전면에 내세웠다. K팝을 비롯한 K콘텐츠, K푸드, K뷰티에, 최근 주목받는 박물관 상품인 ‘뮷즈’ 등을 유기적으로 엮어 ‘지금의 한국’을 체험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그 결과 관람객의 면면도 달라졌다. 각국 선수와 미디어 관련 인사뿐 아니라, 현지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까지 발길을 옮겼다.

IOC는 지금 올림픽의 미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올림픽이 젊은 세대에게 점점 매력을 잃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짧고 강렬한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층에 긴 경기 시간과 복잡한 규칙의 스포츠는 예전만큼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K컬처는 IOC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요소다. K컬처는 이미 글로벌 청년 문화의 한 축이 됐다. 국적과 언어를 넘어 소비되고 공유되는 이 문화는, ‘젊은 세대와 어떻게 다시 연결될 것인가’라는 IOC의 숙제에 하나의 해법처럼 보인다. 코리아하우스가 IOC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이유다.

이는 올림픽 개최에 도전하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한국이 거대자본을 들여 대규모 신축 경기장이나 화려한 인프라를 갖추는 국가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이 가진 문화적 자산과 콘텐츠 경쟁력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그것도 젊은 세대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한국이 ‘부족한 우리를 잘 봐 주세요’라는 저자세로 올림픽 유치전에 나설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런 자세를 취해 봐야 자본력으로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쪽과 승부가 될 리 없다. 오히려 우리는 젊은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K컬처가 있으니 한국에 유치권을 주는 게 IOC에 유리할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결국 한국이 다시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스포츠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올림픽 이후에도 살아남는 유산’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다.

코리아하우스의 진화는 올림픽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제 올림픽은 경기 결과만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문화를 보여주며, 어떤 세대와 소통하느냐가 대회의 성패를 가른다. 밀라노 코리아하우스는 한국이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읽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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