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은 춘분과 곡우 사이의 24절기 중 하나로 음력으로는 3월, 양력으로는 4월5일 무렵이다. 이즈음 농촌에선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한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어떤 지역에선 청명에 나무를 심는데, 이를 ‘내 나무’라 한다. 훗날 아이 혼인 때 농을 만들어줄 재목으로 키운다. 1946년 식목일이 4월5일로 지정된 배경도 완연한 봄 날씨와 무관치 않을 터다.
식목일 나무 심기 행사가 종적을 감춘 지는 꽤 된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대부분 3월에 치른다. 4월 기온이 크게 올라 묘목을 심기에 적절치 않다. 잎이 거의 다 나오기 시작한 나무를 옮겨 심으면 이미 활동을 시작한 뿌리를 다쳐 생육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서울환경연합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2010년부터 ‘온난화 식목일’이라며 3월 나무 심기를 이어오고 있다. 식목일을 춘분 즈음이자 ‘세계 산림의 날’(3월21일)이 들어 있는 3월로 앞당기자는 주장도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줄기차게 제기됐다.
식목일 3월 이전론에 대한 반론도 있다. 3월 하순에도 강추위가 몰아닥쳐 전국 70% 이상 지역에서 식물이 얼어죽을 위험이 여전하고, 토양의 온도로 보면 나무의 뿌리내림(활착)은 4월 초순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식목일은 실제 나무를 심는 날이라기보다는 조림의 중요성을 국민적으로 환기하는 기념일로 운영하자는 제안도 있다. 국토가 넓어서 기후대가 다양한 미국에선 나무심는 시기가 지역별로 2~10월로 다르지만, 전국적인 식목일인 ‘아버 데이’(Arbor Day)는 4월 마지막 금요일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그제 “기후변화 영향으로 원래 식목일인 4월5일 나무를 심으면 착근이 잘 안 된다”며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기 위해 산림청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두 차례에 걸쳐 ‘3월 식목일’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벌였는데, 찬성률은 1차 56%에 이어 2차 57%로 나타났다. 찬성률이 소폭 늘었다고는 하지만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기후변화로 바뀐 식목 환경을 고려해 식목일을 옮길 것인지, 80년 동안 유지해온 식목일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앞세워야 할지 국민투표라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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